설따라 춤춘 「수서딱지」 <주택조합인정서> 웃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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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매물 자취 감춘채 “8천만원”/시세없다가 「힘있는 조합」 가세로 꿈틀/“청와대­한보 손잡았다” 인기/“정계도 로비했다” 폭등 시작
수서지구 공영택지 특별분양이 발표된 지난달 21일 이후 이지역 연합주택조합인정서(속칭 딱지)가 8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강남지역 부동산중개업자들에 따르면 89년말부터 나돌기 시작한 연합주택 조합딱지가 지난해 말부터 프리미엄이 급격히 치솟아 한달만에 2배 이상의 웃돈이 붙었고 특히 이달들어서는 아예 매물마저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이들은 『1년6개월동안 전체조합원 3천3백60명중 최소한 1천5백명 이상이 일원동·대치동 등 수서지역 주변의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딱지를 전매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더이상 정치문제화되지 않는다면 프리미엄은 당장 1억5천만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89년 10월까지 수서딱지 프리미엄은 5백만원 수준. 이는 명의를 빌려주는 대가로 붙는 것이어서 다른 주택조합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당초 14개 직장조합에서 경제기획원·군부대·경제신문 등 든든한 직장조합이 가세하고 한보그룹이 수서지역에 땅을 잡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그해 12월부터 프리미엄이 1천5백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같이 뛴 배경에 대해 중개업자들은 『서울의 지하철공사 상당부분을 따낸 대정부 로비력과 땅을 보는 한보의 안목을 높이 사 프리미엄이 오르기 시작했다』며 『특히 힘있는 조합의 가세는 「공무원·군인·언론인까지 가세한 마당에 조합주택이 실패한 경우가 없었다」는 기대심리를 부추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90년들어 한보측이 주택조합에 땅을 제소전 화해형식으로 넘기면서 「만약 주택조합아파트 건립이 안되면 3천만원씩 물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프리미엄은 다시 3천만원 수준으로 뛰었다.
하지만 조합측이 잡은 땅이 녹지고 이 일대 택지개발 예정지구가 모두 공영개발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서울시 방침이 알려지면서 딱지값은 폭락했다.
특히 「일단 발을 빼고보자」는 딱지투매로 90년 2월중순쯤에는 전매행위가 크게 늘어났고 프리미엄이 불입금액의 이자율 수준인 3백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2월말부터 10월말까지 돌아다니는 풍문에 따라 딱지값이 5백만∼3천만원 사이에서 널뛰기를 거듭했다. 유리한 소문은 딱지를 비싸게 팔기위해 일부 조합원들이 부동산가에 의도적으로 퍼뜨린 것이고,그때마다 치솟는 딱지값은 서울시의 거듭된 불가방침으로 주저앉았다.
90년 2월말에는 『청와대가 한보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개입했다』는 소문이,9월에는 『민자당·건설부는 물론 평민당까지도 한보의 로비로 돌아섰다』는 풍문이 딱지의 프리미엄을 밀어올렸다.
지난해 10월부터 2천만원 수준에 맴돌던 프리미엄은 그러나 12월 국회 건설위가 청원심사를 해 국회의원·건설부·서울시가 모두 긍정적인 쪽으로 완전히 기울자 곧바로 4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어 1월21일 서울시가 「특별공급」을 발표하자 프리미엄은 다시 8천만원까지 뛰었지만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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