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그룹 “못팔겠다” 버텨/비업무용 매각 왜 부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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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롯데·한진·대성산업 “불이익도 감수”/은감원,시한 넘기면 금융제재 강행
재벌그룹의 비업무용부동산 매각실적이 부진하다.
정부의 5·8부동산 대책에 따른 48대 재벌그룹의 비업무용부동산 매각시한(3월4일)이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았으나 작년말 현재 매각실적은 매각대상 부동산 5천7백44만평중 18.3%인 1천50만평에 그치고 있다.
특히 롯데·한진·대성산업 등 굵직한 땅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금융·세제상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땅을 계속 보유하고,일부에서는 행정소송등 법적인 대응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5·8조치의 마무리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매각여부에 대해 가장 관심을 끌고있는 부동산은 롯데그룹의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 2만6천6백평과 한진그룹의 제주도목장 4백51만1천평,대성산업 계열 대성탄좌의 문경조림지 2천3백65만9천평 등이다.
이중 롯데월드 부지는 취득후 1년이 넘도록 업무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업무용 판정이 났으나 그룹측은 지난달 29일 박세직 서울시장에게 제2롯데월드 개발계획을 다시 심의해 주도록 요청하는 등 매각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있다.
이에 대해 은행감독원은 땅을 분할매각하거나 성업공사등에 매각을 의뢰하면 되고 최종시한을 넘길 경우 곧바로 금융상의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
은행감독원이 택할 수 있는 제재조치는 관련기업 은행대출금에 대해 연체이율(연19%)을 적용하고 신규 부동산취득을 금지하는 것등이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 부지는 롯데물산·롯데쇼핑·호텔롯데 등 3개 기업이 소유하고 있으나 이들 기업이 모두 4백억여원의 은행빚밖에 지고있지 않아 제재조치에 한계가 있는 상태다.
한편 대성산업은 문경조림지가 60,70년대에 정부가 산림녹화를 위해 반강제로 떠맡긴 땅인데다 20년이상 애써 조림한 것을 이제와서 부동산투기로 몰아붙이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
이에 따라 대성측은 조림지중 소도시에 인접해 활동이 가능한 6백만평 정도를 팔아 「성의」를 보이되 나머지는 못팔겠다는 입장인데 최악의 경우 소송까지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진그룹은 지난 72년 고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축산진흥을 위해 목장을 운영해 왔으며 작년 5월15일자로 회사를 3개로 분리,목장수입이 부동산 가액의 4%를 넘어섬으로써 현재는 업무용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진측은 소송건에 대해서는 다른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으나 제재조치를 감수하고라도 땅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법인세법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업무용으로 인정되는 임대료 비율이 부동산가액의 7%에서 3%로 낮춰짐에 따라 새로운 기준으로 업무용요건을 갖추게 되는 부동산을 갖고 있는 기업들도 매각을 유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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