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교수임용 심사가 웬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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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이 교수임용을 위한 평가에 학생을 참여시키는 일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주목된다. 동국대가 몇몇 학과에서 교수신규임용에 해당학과 교수와 학생들이 강의를 들어보고 평가하는 절차를 도입했다는 것이다.
작금 대학의 신규 교수임용을 둘러싸고 난무하는 금품수수설 등 비리와 거의 하한가에 이른 대학 자체의 신뢰도 등에 비쳐볼때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 않다.
자격을 갖추고도 대학교수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어쩌다 자리라도 나면 특히 사립대는 이를 입찰이라도 하듯 거액의 금품과 맞바꾼다는 이야기가 대학가 주변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어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교수사회는 또 그들대로 되도록 훌륭한 신참을 맞아들이기보다는 만만하고 다루기쉬운 후진을 그것도 지연이나 학연,인액등에 따라 받아들이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학문적 업적이 뛰어나고 해당학과 풍토에 혁신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교수후보가 우리의 대학에 발붙이기 어렵다는 진단도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교수임용을 위한 평가에 학생이 직접적으로 참여한다는데는 선뜻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교수임용후보자가 되기까지 그동안 그들이 쌓은 학문적 업적을 한두시간의 강의로 아직도 배움의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타당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보지않기 때문이다. 자칫 학생들에 의한 평가는 본질보다 인상에 치우치기 쉽고 교수의 그것보다 더 큰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학문적으로 누구보다 못하지않다고 자부하는 교수후보가 전례없는 그런 절차를 감수하고 자존심을 감추면서 해당대학 교수가 되려고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사학의 재단이나 학교당국 또는 교수사회를 믿지 못하겠다고해서 이들을 감시하겠다면 이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방법을 찾아야 하리라고 본다.
우선 대학과 교수는 교수신규채용의 경우,적어도 해당학과 학생들에게는 응모자를 공개하고 선발경위를 설명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또 일단 임용된 교수에 대해서는 재임용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즉흥적 평가가 아니라 오랜기간의 수강을 통한 누적된 평가를 허용하고 이를 재임용에 반영토록해야할 것이다.
교수 재임용이 정부나 재단에 의해 교육외적 의도로 악용되어온 선례가 없지 않지만,이를 감시하는 일은 학생들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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