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 기능 "단절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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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통문화의 계승, 보존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오히려 전통문화전수의 주역들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대접은 크게 소홀하다.
문화부 발족 후 중요무형 문화재들을 위한 공예촌 조성 계획 등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으나 실상 중요무형 문화재의 보호 및 기능보존을 위한 구체적 대책은 거의 없는 상태.
2월 현재 문화재관리국이 지정한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는 94종목 1백78명이며, 보유자 후보는 83명, 조교 1백24명, 전 수강학생 2백22명, 보유단체 50개가 전통문화의 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94종목의 무형문화재중 전통공예부문(30종목38명)이 기능 단절의 위기에 놓여있다.
전통공예 기능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부문으로 단청장·소목장·유기장·벼루장 등 현재 일반의 수요가 있는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인간문화재들이 생계를 잇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맥을 이어갈 후보·조교·전수강 학생들이 크게 줄고 있고, 이 분야 인간문화재들도 고령(평균 70대)이어서 기능단절의 우려마저 있다.
기능보유자 및 후보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재정지원(전승비)은 매월 보유자 45만원, 후보 20만원, 조교 6만원, 전수장학생 5만원이 전부. 이들은 1년에 두차례 이상 작품 발표회를 갖도록 규정돼었는데 별도의 생계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경제적 어러움말고도 이들이 사회로부터 받는 대접 또한 냉대에 가깝다.
지난달 21일까지 경복궁 내전통공예관에서 『칩선장 정정완 침선전』을 가졌던 정씨(78·여)의 경우 인간 문화재임을 밝힐 수 있는 증서를 갖고 있지 않아 궁수위와 작품전시장 문제를 둘러싸고 승강이를 벌이는 등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같은 경제적·사회적 홀대는 이웃나라 일본에 비교할 때 한심할 정도다.
최근 문화계 시찰차 방한했던 한 일본 국보(일본의 인간문화재)는 김포공항 도착 이후부터 이한할 때까지 주한일본 대사관에서 마련해 준 일장기를 단 승용차를 사용하기까지 했었다.
문화부는 91년도 역점사업으로 5억2천만원의 예산을 투입, 공예촌 및 공방시설을 조성, 확충해 나가겠다고 연초 발표했었다.
또한 후계자 양성을 위한 전수교육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중점지원 대상 종목은 한산모시, 고싸움놀이, 강릉농악 등으로 지원대상의 우선순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문학계 관계자들은 무형문화재에 대한 정부당국의 성실한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인간문화재로 지정된 1백78명의 평균연령은 70대로, 50대 29명, 60대 58명, 70대 69명, 80대 21명, 90대 1명 등 고령화 추세다.
이같은 고령화와 재정문제, 새기능 지정 등 얽히고 설킨 문제점을 문화부가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상업성에 치우친 공예촌 지정보다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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