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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서지영 대위 "돌격! 육군 중대장 임무 교대" 남편 이정규 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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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8일 포천 8사단 신병교육대 4중대장 이.취임식을 마친 뒤 전임 중대장인 부인 서지영 대위(右)와 후임 중대장인 남편 이정규 대위(左)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신동연 기자

"돌격, 신고합니다. 대위 서지영은 2006년 12월8일부로 중대 지휘권을 이정규 대위에게 이양할 것을 명 받았습니다."

부부끼리 부대의 지휘권을 인수인계하는 행사가 열렸다. 8일 경기도 포천 육군 8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열린 신병교육대(대대) 4중대장 이취임식에서다. 4중대장을 마치는 서지영 대위(30.여군 46기)와 35사단 106연대에서 중대장을 지낸 이정규 대위(30.3사 36기)가 주인공이다. 이날 이취임식에서 서 대위가 신임 중대장으로 전입한 남편 이 대위에게 중대 지휘권을 넘겼다. 남편에게 중대 지휘권을 인계한 서 대위는 같은 부대 군수장교로 옮겼다.

서 대위 부부는 2002년 소위에 임관한 뒤 첫 근무지인 강원도 화천에 위치한 1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만났다.

신병교육대는 군에 갓 입대한 신병들에게 기초군사훈련을 시켜 군인으로 만드는 곳이다. 두 사람은 인접 소대장으로 있으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지만 주변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신병교육대 소대장도 신병들 만큼이나 빡빡한 일정이어서 여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소대장을 마친 뒤 같은 부대의 참모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랑을 키웠다. 그들은 2년간 열애 끝에 2004년 결혼했다.

이후 두 사람은 초급장교로서 필수적인 교육과정인 고등군사반에서 같이 교육받았다. 집에서는 다정한 잉꼬부부지만 군에선 선의의 경쟁자로 생활해왔다. 그러나 신혼 꿈도 잠시였다. 지난해 4월 서 대위는 경기도 지역의 8사단으로, 이 대위는 전라북도 지역 부대로 발령났다. 따로 살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 1년8개월 동안 휴일과 휴가를 이용해 두 달에 한번 꼴로 근무지를 오가며 만났다. 그 바람에 아직도 2세를 만들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이 대위는 '부부 군인 보직 조정'을 신청, 서 대위의 후임으로 발령받았다. 다시 합쳐서 살게 됐다.

이날 이취임식 후 서 대위는 신병교육대를 관리하는 노하우와 관심 병사에 관한 신상기록 등 사소한 자료까지 남편에게 인계하며 부부애를 과시했다. 이 대위는 "아내와 함께 지낼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아내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부대를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서 대위는 "그동안 땀과 열정으로 동고동락 했던 부대원들과 떨어지게 돼 많이 섭섭하다"며 "그러나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남편 옆에서 계속 조언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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