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걸프전 “몸살”/장기전 대비 감량경영 서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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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원 줄이고 조업단축/새 시장개척 “박차” 내수강화도
보름째를 맞은 걸프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조업 등에서 국내산업의 위축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나 전쟁이 계속될 경우 각 기업은 이에 따른 올해 경영계획을 재점검하는 한편 조직개편·인원감축 등 불황에 대비한 비상경영방안을 강구중이다.
재계는 특히 올 봄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할 계획이며 자동차업계에서 이미 시작된 조업단축도 타업계로 확산될 전망이다. 주요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도 소비수요 위축으로 고전하고 있다.
◇감량경영=올 봄 신입사원 채용규모를 각 기업 모두 재손질하고 있다.
ROTC·후기졸업자 등 대졸 신규사원 채용의 경우 아직 최종 모집계획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삼성·현대 등 4대그룹은 지난해와 같은 1천명 안팎씩을 계획하고 있다.
또 기존인력을 대상으로 한 감량·재배치에도 나서 대우그룹의 경우 임원급 이상을 대폭 정리한데 이어 사별로 부장급 이하를 대상으로 한 조직개편을 진행중이며 럭키금성그룹도 기획·관리부문 인원을 영업부문으로 돌려 간접비용을 30% 줄이기 위한 조직개편에 나섰다.
◇조업단축=현대·대우자동차가 지난달 하순부터 이미 하루 4시간씩의 시간외 근무를 없애 사실상의 조업단축에 들어갔으며 기아자동차도 단축을 검토중이다.
한양화학·럭키 등 유화업계도 현재 에틸렌등 원료재고량이 기업마다 1개월치 가량 뿐인데다 국제 현물시장에서 구입할 경우 단가가 두배가량 더 먹히게 돼 조업단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대체=국내 종합상사들은 중동수출차질에 따라 수출선 다변화를 추진,특히 북방·남미 등의 새 시장개척을 추진중이다. 이와 함께 국내영업을 강화,수출부진을 상당부분 내수로 만회한다는 전략아래 지방지사 설치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업계영향 ▲가전·전기=전쟁이후 가전회사들의 생산·출하는 큰 변동은 없으나 소비자의 구매심리가 위축돼 대리점판매가 전년동기비 10∼20% 감소했다. 주로 에너지과소비형인 냉장고·세탁기 판매가 줄었다.
수출은 단기전(1개월일)때 2천5백만달러,장기전(3개월)일때 6천2백달러 차질이 예상.
▲자동차=지난 1월17일 전쟁발발후 자동차 구입계약이 20% 줄고,자동차면허응시자·교습소수강생도 20% 가량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대우 등 자동차회사들은 잔업을 폐지,조업단축에 들어갔는데 수출도 미국등에서 수요감소 분위기에 따라 점차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유통=고유가에 따른 경기침체로 매출액이 줄고 있다. 특히 고가품 매출비중이 높은 백화점의 타격이 커 롯데·신세계 등 4대 백화점의 1월 매출액은 전쟁 시작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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