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실 입속헐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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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이 힘들고 몸이 피곤해지면 입속이 헌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렇지만 너무 자주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혹시 몸에 뭔가 이상이 있지 않나 하고 의심이 가기도 한다.
-34세된 여자환자가 입속이 너무 자주 헌다고 진찰실을 찾아왔다. 4년 전부터 입속이 헐기 시작했는데 최근 1∼2년은 한달에 한두번은 꼭 입속이 헐어 몸이 허약해져 그런 것은 아닌가 생각돼 푹 쉬어보기도 하고 보약을 먹어보기도 했지만 마찬가지라고 했다.
자세히 진찰해 본 결과 이 환자는 「베체트증후군」이었다. 베체트증후군이라는 것은 입 속이 자주 허는 증상 외에도 외음부에 이 같은 궤양이 나타나고 눈에는 홍채염이 생겨 따갑고 아프면서 햇빛을 보면 더욱 아프며 앞이 뿌옇게 된다. 또 피부에는 결절성 홍반 등의 발진이 생기는 여러가지 복합증상을 나타낸다.
이 질환은 우리나라·일본·중국 등에 주로 많은데 1만∼2만명 중 1명꼴로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원인은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바이러스·알레르기·구리나유기물 등 중금속중독으로 인한 면역이상 등의 원인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많은 학설에 근거하다 보니 증세에 따른 여러 치료법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입안이 허는 것은 모두다 베체트증후군이 아니므로 그 증세에 따라 잘 관찰해야한다.
첫째, 갑자기 며칠 전부터 입안이 헐었을 경우, 이때는 우선 자신의 잘못으로 혹시 입속을 또 건들지 않았나, 혹은 다른 기구에 다치지 않았나를 살핀다. 그 다음 열이 동반됐을때(특히 피부발진과 함께 나타날 때)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의해 입안이 허는 것이 보통이다. 또 흰막이 입 속에 끼었을 때는 캔디나 곰팡이균에 의해 입 속이 헐게된다. 이런 경우 대개 시일이 지나면 모두 치유된다.
둘째, 오랫동안 계속 입속이 헐 경우는 그리 흔한 것은 아니며 피부질환과 관절질환 등이 함께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아랫입술이나 혀의 앞부분이 헐어있을 경우는 암에 의해 생길수 있다는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 자주 반복해서 입속이 헐 경우 이는 가강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아프타 구내염과 단순포진성 구내염이 있다. 아프타 구내염은 전 인구의 약 20%에서 나타나며 흔히 입안을 깨물거나 칫솔질을 하다가 입 속이 손상된 후 유발되기도 한다. 또 음식물이나 이 물질로도 잘 생기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거나 피곤할 때도 잘 나타난다. 원인이 확실치 않으므로 특별한 치료법은 없으나 대부분 1∼2주 지나면 자연 치유된다. 단순포진성 구내염 또한 아프타 구내염과 비슷하게 나타나며 이는 입술에도 생기고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를 위해서 항바이러스제를 쓰기도 하나 효과가 아주 좋지는 않다.
입속이 허는 것은 여러 증세가 있으므로 우선 확실한원인을 찾아야 한다. 윤방부<연대 의대교수·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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