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붙는다, 축구 8강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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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일본을 2-1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북한 축구 선수들이 광고판을 뛰어넘어 응원석으로 달려가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노리는 한국축구대표팀이 10일 오전 1시(한국시간) 8강전에서 '난적' 북한을 만난다. 남북한 축구가 아시안게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1978년 방콕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당시에는 결승에서 0-0으로 비겨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둘 중에 한 팀은 탈락해야 한다.

한국은 3전 전승의 B조 1위로 8강에 올랐고, 북한은 7일 일본을 2-1로 꺾고 2승1무로 8강에 올랐다. 일본은 A조 2위 카타르, D조 2위 이라크에 골득실에서 밀려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도하 아시안게임 축구 8강 대진은 ^한국-북한^태국-카타르^중국-이란^우즈베키스탄-이라크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정만 북한 감독은 "결승에서 만났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짐짓 여유 있는 모습이었고, 핌 베어벡 감독은 "북한전의 의미는 선수들에게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일본과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솜씨를 선보였다. 전반 4분 페널티박스 왼쪽 앞에서 홍영조는 수비벽을 살짝 넘어가는 빠르고 포물선이 큰 프리킥으로 일본 골망을 갈랐다. 1-1 상황에서 나온 결승골 역시 프리킥 골이었다. '북한의 지단' 김영준이 페널티박스 아크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키퍼의 손이 전혀 닿을 수 없는 골대 왼쪽 구석으로 꽂아 넣었다. 이천수의 프리킥을 연상할 정도로 휘는 각도가 훌륭했다. 그래서 북한과의 8강전에서는 '문전에서 쓸데없는 파울 금지령'이 내려졌다. 위험 지역 근처에서는 파울을 조심해야 한다.

북한은 일본전에서 전방에 홍영조와 박남철 투톱을 세우고 미드필더에서 빠른 패스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돋보였다. 김영준.김철호.소혁철.문인극 등 미드필더들은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일본을 압도했다. 중앙에서 서로 영역을 나눠서 맡기보다는 볼을 중심으로 1차적으로 상대 선수를 압박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북한은 때로 과격한 플레이도 서슴지 않았다. 상대를 흥분시켜 파울을 유도하는 동작도 많았다.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는 북한 선수가 가슴을 밀치자 발로 스파이크를 차는 보복행위로 경고를 받기도 했다.

도하=한용섭 일간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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