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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겪는 명태 덕장 주인 유성윤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덕장생활 17년동안 올해처럼 한 마리의 명태도 걸지못한 것은 처음입니다』 국내 최대의 황태산지인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눈보라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추위를 모른채 명태말리기 작업을 했던 유성준씨(69)는 텅 빈 자신의 덕장을 바라보며 올해 대학원에 진학한 막내딸 영희씨(24)의 등록금 걱정으로 수심에 싸였다.
횡계리를 가로지르는 수하천 옆 1천8백평을 임대해 3백칸의 덕장을 마련한 유씨는 예년같으면 덕목마다 가득 걸려있어야 할 명태가 없어 허전한 마음과 함께 봄이 되면 덕목을 뜯을 인건비 마련이 걱정이다.
지난해까진 원양명태의 반입물량이 많아 한해 겨울 고생으로 그런대로 1년 살림을 꾸렸다는 유씨는 올해 횡계의 11개 덕장 중 3개 덕장만이 지난해 절반가량의 명태를 걸었을뿐 나머지 덕장은 전혀 걸지못해 황태산지의 명성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
횡계황태가 최고품으로 평가받는 것은 배를 딴 명태를 차고 깨끗한 수하천에 하루 저녁 담가놓았다 덕목에 걸면 많은 눈과 바람을 맞으며 겉부터 골고루 말라 육질이 연하고 누런 빛을 띠기 때문.
그러나 최근엔 덕장에서 5개월 걸려 상품화되는 황태와 달리 건조기롤 통해 24시간만에 북어를 만드는 공장들이 곳곳에 세워져 유씨의 수심을 더해준다.
횡계덕장이 제대로 움직이면 인건비 등으로 2억여원이 풀려 영세주민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유씨는 『내년 겨울에는 덕장마다 가득 명태를 걸어 횡계황태의 명성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권혁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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