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찾기 전에 찾아서 서비스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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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올 8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커피숍. 선남선녀 한 쌍이 맞선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여성이 하이힐을 살짝 벗은 채 뒤꿈치를 들고 불편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호텔 직원. 남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 밴드를 여성에게 건네주며 미소지었다. 지난달 16일. 한 외국인이 입양한 한국인 딸을 데리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딸이 입양되기 전 부산의 보육원을 방문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보육원은 이미 이사를 간 상태. 그가 묵고 있던 조선호텔 측은 부산의 모든 보육원에 전화를 걸어 이전한 곳을 찾아냈다. 게다가 입양 딸이 태어난 병원까지 수소문한 뒤 알려줬다.

올해 조선호텔이 고객에게 서비스한 사례다. 세심한 부분까지 배려의 흔적이 닿은 덕에 이 호텔은 올해 세계 유력 금융잡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선정한 '세계 100대 호텔'에 포함됐다. 연평균 46박 이상 해외출장을 다닌 3000여 명의 세계 금융업계 중역들이 내린 평가다. 이 잡지의 호텔 평가는 정평이 나있다.

조선호텔 이석구(57.사진) 대표는 "우리 호텔의 자랑은 코사(COSA.Chosun One Step Ahead) 서비스"라고 말한다. 호텔 직원들이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찾아서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게 '코사 서비스'란다. 리모컨 하나로 호텔의 모든 서비스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디지털TV 인포메이션 서비스, 국내 호텔 중 가장 많은 8개 언어의 50개 디지털 방송, 고객이 좋아하는 초콜릿 객실 비치 등은 기본이다. 이 대표는 유럽에 출장 갈 때마다 유럽 호텔들의 고객 배려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 한번은 임직원들과 함께 프랑스 파리 포시즌스 호텔을 방문했다.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다가 직원에게 "메뉴판을 복사해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호텔 측은 한술 더 떠 "점심과 저녁 메뉴판도 필요하지 않으냐"며 세 가지 메뉴판을 예쁘게 포장해 주더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고객들이 예측하지 못한 서비스까지 챙기는 세심함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년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코사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직원 품위 유지다. 그는 "늘 한발 앞서 고객들에게 봉사하면서도 조선호텔 직원의 품위도 유지하는 한 차원 높은 서비스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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