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전 여파 중동서 지원 끊겨/이슬람중앙회 재정난 허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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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집안싸움”에 착잡한 국내 이슬람교계/대부분 사업 포기·축소할판/이슬람문화전·책 번역 모두 중단/사우디 후원 이슬람대 건립 차질/전쟁후 이라크와 관계소원 우려
그동안 한·중동 민간교류의 중추역할을 해온 한국이슬람중앙회(이사장 배삼진)가 걸프전쟁으로 발족이후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다.
55년 10월 설립된 한국이슬람중앙회는 오일달러가 위세를 떨치던 70년대부터 중동지역 수교와 경제협력·종교교류의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이슬람각국 원수와 각료들은 방한때는 앞다투어 서울 한남동 중앙성원을 찾아 상당한 지원을 약속하곤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에 이어 올해 중동전체가 전쟁에 휘말려버리면서 공식·비공식후원이 거의 중단돼 대부분의 사업을 포기·축소해야할 위기에 놓였다.
사우디 메카의 세계연맹본부와는 전쟁발발직후 연락이 두절됐고 주요 후원국이던 사우디·이라크는 전쟁당사국이 됐으며 쿠웨이트는 망명정부만 남아 도저히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형편.
전국 6개 성원의 직원급료등 경상비는 비축기금과 3만2천여 신도들의 헌금으로 충당이 가능하지만 그밖의 사업은 연례행사조차 꾸려나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상수 사무차장(31)은 『매년 GNP의 3∼4%에 해당하는 거액을 다른 이슬람국가에 지원해온 사우디·쿠웨이트와 한국이슬람에 큰 호의를 베풀었던 이라크가 전쟁당사국이 돼 타격이 특히 크다』고 말했다.
당장 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서울 한남동 중앙회 2층 부속건물위로 짓고 있는 주한아랍공관원 자녀교육시설.
연건평 4백평인 이 공사는 사우디 지다의 세계이슬람개발은행이 공사비 37만달러(2억6천여만원)를 전액지원키로 해 지난해 10월말 착공됐다.
그러나 전쟁발발이후 공사비지원이 중단돼 당초 예정한 3월 완공은 불가능한 실정.
매년 해오던 이슬람권국가 국비(현지)유학생 파견도 상당수 국가에서 학생을 받아들일 여건이 안돼 중단이 불가피하게 됐다.
중앙회를 통해 나간 한국유학생은 현재 사우디 12명,요르단 1명,리비아 2명등 모두 40여명.
쿠웨이트의 전액지원으로 매년 서울에서 열려온 이슬람문화전시회도 당초 2월 개최예정이었으나 포기상태다.
또 쿠웨이트 종교성의 전액부담으로 매년 1백여종의 이슬람문화·철학·문학서적을 국내에서 번역,출간해왔으나 올해는 최소한으로 규모를 축소키로 했다.
이라크는 그동안 한국이슬람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왔으나 상당기간 관계가 소원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라크는 최근 2년간 한국중앙회 이사진을 초청,현지 종교계를 시찰토록 했으며 매년 라마단(단식월)에는 독경사 2명을 파견해왔다.
89년에는 한국유학생 2명을 국비로 받아들여 중앙회가 감사의 뜻으로 후세인 대통령에게 도자기를 선물했다.
후세인은 지난해 5월 배삼진 이사장의 방문을 받고 이라크 전통의상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쿠웨이트점령이후 유학생 2명이 귀국해버렸고 올해 이사진 초청계획도 취소될 전망.
한국·사우디정부 합의사항인 한국이슬람대학 설립계획도 당분간 난관에 부닥치게 됐다.
한국 정부는 80년 중앙회에 경기도 용인의 13만평 부지를 기증했으며 사우디정부는 상당액을 지원,82년 기공식을 가졌었다.
대만·일본·홍콩등 주변국 학생까지 포함해 매년 1천2백명을 장학생으로 선발,동양권 아랍문화 전파의 전진기지로 삼으려던 이 계획은 종전만 되면 계속 추진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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