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강좌(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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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사회 구석 구석엔 그래도 재미있는 곳들이 많다. 마치 어둠속의 반딧불처럼 작은 불꽃이 반짝이고 있는 것들을 볼 수 있다. 가령 그것은 시민교양운동이라도 좋고,사회교육 아니면 시민대학이라도 좋다.
이름이야 어떻든 요즘 소리없이 벌어지고 있는 각종 문화강좌들은 엄청난 사람들을 모아놓고 있다. 신문사 문화센터에 몰려드는 사람들만해도 수천명이나 된다. 언젠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민들을 위한 미술강좌를 열었는데 여기에도 미술애호가들의 참여가 대단했다. 물론 공짜 강좌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강좌나 공짜는 드물고 수강료를 내야한다.
그런 강좌는 국립극장에도 있었다. 서울 장충동 남산기슭,좋은 환경속에서 연극,무용,합창,국악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에 상당한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은 실기공연도 해보인다.
강사들도 이름없는 떠돌이들이 아니다. 어느 강좌를 보아도 모두 그 분야의 권위자들,현역들이다. 예술에 대한 열정 하나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국립극장의 경우 뒤에서 그런 일을 꾸미고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팔 걷고 나선 시민들이라는 사실도 의외다. 스스로 돈을 내서 「국립극장 예술진흥회」라는 것을 만들어 이를테면 「국립극장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속엔 의사도 있고,가정주부,교육자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국립극장 전속단체들의 공연을 소개하는 팸플릿도 만들어 배포하며 『공연예술의 이해증진과 저변확대』라는 거창한 모토도 내걸고 있었다. 그 열성과 자세가 하도 진지해 그말이 하나도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다.
권위주의 시대엔 예술에도 「국립」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우선 시민들의 흥미를 반감시켰다. 「국책 예술」이라는 것은 내용이 뻔해 보나마나라는 말이 나옴직 했다. 그정도로 세련되지 못한 공연기획을 했었다. 오늘 멀쩡한 국립극장을 무슨 흉가처럼 한적하게 만들어 놓은 것도 그때문이었다. 진흥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그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물질적인 풍요,겉으로의 성장만 추구해 왔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알만큼 알게 되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배 아닌 마음이 고프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바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우리 사회의 구석 구석,여기저기에서 빛나는 일들을 스스로 좋아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희망의 메시지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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