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안걸릴 의원 있겠느냐”/「뇌물외유」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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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검찰 조사에 불만 터뜨려/혐의사실 부인땐 고성도/검사들 “여론은 어떠냐”신경
뇌물외유 의원들에 대한 검찰수사 분위기가 구속쪽으로 급선회하는 가운데 수사가 26일 오전 11시15분까지 계속됐다.
25일 오후까지 불구속 방침을 공공연히 밝히며 비교적 여유있는 표정이었던 검찰 간부들은 26일 밤 세의원이 출두하고 철야조사가 계속되면서 외부로부터 구속처리 얘기가 강력히 흘러나오자 점점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검찰 간부들은 『이들의 처벌정도에 대한 여론이 어떠냐』고 계속 여론의 동향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고 갑자기 구속처리로 방향이 선회한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사 지휘탑인 박종철 서울지검 검사장은 26일 오전 1시까지 청사에 남아 보고를 받은후 26일 아침 평소보다 이른 오전 7시40분쯤 출근,수사경과를 종합한뒤 굳은 표정으로 정구영 검찰총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대검으로 직행했다.
박검사장은 이날 서정신 대검차장검사가 배석한 수사결과 보고를 통해 뇌물수수죄가 명백히 드러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관계자들은 세의원에 대한 조사가 당초 예상과는 달리 26일 아침까지 계속되자 검찰이 시간을 앞당겨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변진우 서울지검 3차장은 『조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원들에 대한 추가조사가 필요없도록 완벽을 기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검찰이 이들 의원들을 귀가시키기전 구속영장 청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변 차장검사등 간부들은 취재기자등에게 『의원들이 무역특계자금을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오기도 해 이번 검찰 수사방향이 자동차협회가 지급한 해외여행 경비에 대해서만 뇌물수수로 인정할 방침임을 흘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무역특계자금을 뇌물로 인정할 경우 이 자금으로 외유를 다녀온 나머지 20여명의 의원들에 대한 처리가 검찰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해 검찰이 이재근 위원장등 3명의 무역특계자금 지원부분을 무혐의로 처리,더이상 수사를 확대하지 않는 명분으로 내세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된 검찰조사는 오후 8시부터 30여분간 배달된 설렁탕으로 저녁식사를 드는 시간을 빼곤 26일 오전 11시까지 계속됐다.
26일 오전 9시쯤에는 조사가 진행된 검찰청사 10층 복도를 담당검사들이 자주 오가거나 이종찬 부장검사방에 들러 분주히 숙의하는 모습을 보여 피의자 신문조서가 거의 마무리단계임을 알 수 있었다.
이위원장등 3명은 수뢰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도 수치스러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비교적 담담한 자세로 조사를 받았다고 수사관계자들은 귀띰했다.
25일 오후 10시쯤 화장실에 가려고 복도로 나온 이위원장은 『외국에서의 행적을 조사받았다』면서 『이런 식으로 걸면 구속되지 않을 국회의원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위원장은 또 오후 11시쯤 조사를 담당한 이부장 검사에게 『의원 입법자료수집등 국가와 역사를 위한 공적활동을 하는데도 이를 단순히 뇌물수수로 몰려는 검찰의 지나친 처사는 야당 탄압』이라는 등 이번 검찰수사에 대한 불만을 간간이 터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들은 존대말을 써가며 예의를 갖춰 신문을 벌였으나 혐의 사실을 부인할 때엔 문밖 복도까지 검사의 고성이 들렸다.
25일 오후 검찰청사에 도착한 이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줄곧 입을 다문채 50여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자 당황해하면서 몹시 언짢은 표정이었다.
이어 도착한 박진구·이돈만의원은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고 짤막하게 말한뒤 엘리베이터로 직행했으며 특히 박의원은 『죄가 된다면 달게 받겠다』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한편 26일 오전 11시쯤 조사를 마치고 검찰청사를 나선 이위원장은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검찰에서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했으며 지금 심정은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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