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과 원초적 본능의 갈등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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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해말 앙코르공연으로 시작된『에쿠우스』가 꾸준한 관객의 좋은 반응에 힘입어 2월27일까지 연장공연에 들어갔다.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휴일 오후4시·7시30분 실험소극장(목요일공연 없음).
『에쿠우스』는 지난75년 실험소극장 개관 기념 작으로 공연된 이래 수많은 화제와 기록을 남겨왔다.
지금까지 약1천 회를 공연해오면서 20여만 명의 관객동원에 성공했으며 주인공소년 앨런 역을 맡았던 배우들(강태기·송승환·최민식)이 한결같이 스타로 부상해 영화·TV등으로 진출했다.
『에쿠우스』가 여러 차례 새 공연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작품자체의 밀도있는 구성과 재 공연마다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생동감 때문.
『에쿠우스』는 26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의 충격적 범죄실화를 소재로 삼고있다.「에쿠우스」는 말이란 뜻의 그리스어. 소재자체가『왜』라는 강한 질문을 던진다.
연극은 그 해답을 정신과전문의와 소년과의 대화치료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들려준다. 의사로 상징되는 현대문명과 소년의 원초적 생명력이 빚어내는 첨예한 갈등이 현대인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 현상으로 다가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소년의 본능세계(무의식 세계)와 현실을 오가는 극 전개방식도 일견 번잡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논리적 틀을 갖추고 있어 관객의 상상력과 지적 흥미를 자극한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9월「새로운 해석」으로 주목받았던 여류연출가·김아나씨 연출 작.
소년보다 현대문명과 기존질서의 수호자인 의사에 더 초점을 맞춘 연출이나 극이 끝날 무렵이면 소년의 반문명적 본능세계가 역설적으로 강조돼 있음을 알게된다.
의사 역에 중견 조명남씨가, 앨런 역에 신인 조재현 등 출연. 165-4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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