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빈대떡 신사』로 가요계 데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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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2일 타계한「빈대떡 신사」한복남씨(72·사진)의 반세기 가요활동은 우리 가요 사 전체와 거의 일치하고있다.
문전 취식하는 신사건달을 코믹하게 묘사하며 가난한 시절의 아픔을 해학적으로 들려주는 그의 『빈대떡 신사』는 처음 발표된 것이 43년 10월.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노소 할 것 없이 가사를 모두 외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되고 있다.
경쾌하고 재미난 노래에서도 대중들의 애완을 느끼게 해주는 그의 노래 『엽전 열닷냥』『전복타령』『물레방아 도는 내력』등은 우리가요의 주요 흐름을 이뤘다.
사실 한복남씨는 가수라기보다 우리 가요계를 이끌어온 지도자적인 역할을 해 왔다.
정식 음악공부는 하지 못했지만 탁월한 음악감각으로 지금까지 1천여 곡 이상을 작곡해왔고 20년 간 도미도 레코드사를 경영하며 가요 발전의 하나부터 열까지 관계해왔다.
그가 작곡한 『백마강』『처녀뱃사공』『오동동 타렴』『한 많은 대동강』등은 수많은 가수들이 불렀고 한국사람이라면 모르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널리 퍼졌다.
그의 가요에 대한 애착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돼 87년엔 70고령이 다되어서도 음반을 취입하기도 했고 나이가 들어 나오지 않는 고음을 내기 위해 매일두시간씩 고음 발성연습을 하는 등 젊은 후배들을 놀라게 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한평생 가요발전을 위해 몸을 불사른 한복남씨는 떠나갔지만 그의 노래에 담겨진 청춘과 즐거움은 음반을 통해 영원히 남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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