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레슨 없인 음대 꿈꾸지 말라”(「예체능입시」를 벗긴다: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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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합격사례금 억대 예사/1회 30분 지도에 5∼15만원씩/일부교수는 스튜디오까지 차려
어느 대학캠퍼스에 가든 음대건물 주변은 다른 단과대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1천만원대가 넘는 고급 승용차가 즐비하게 주차돼 있는가 하면 영화배우를 방불케 하는 옷차림의 여학생들도 자주 눈에 띈다.
음대생의 학부모중에는 유난히 사장·국회의원·의사·변호사 등이 많다. 그래서 음대는 대학캠퍼스에서 「귀족집단」으로 통한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기본장비(악기)를 갖춰야하고 4∼5세때부터 많은 돈을 들여 레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집안에 돈이 웬만큼 많지 않고서는 음대 입학은 꿈도 꿀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S여고 2학년 임모양(16)은 대학강사에게 1주 1∼2회씩 레슨을 받는다. 1회 레슨비는 10만원.
때문에 임양이 1년에 지불하는 레슨비는 명절등에 별도로 주는 「촌지」를 합해 1천만원대에 이른다.
임양과 같은 음대지망생들이 레슨교수에게 주는 1회(보통 30∼40분) 레슨비는 보통 5만∼15만원.
레슨교사가 영향력 있는 교수냐,보통교수냐,아니면 시간강사·대학원생이냐에 따라 금액에 큰 차이가 있다.
Y대음대 조교 박모씨(24)는 『이번 서울대 음대 입학부정사건에 대한 검찰발표중 대학강사가 1회 레슨비로 4만원씩 받았다는 부분은 축소된 것』이라며 『대학 시간강사급도 6만∼7만원은 넘고 일부 유명교수의 경우 레슨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한 성악가 P교수의 경우 1회 레슨비로 30만원씩을 받다 최근 구설수에 오르자 15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돈을 들여 교수,특히 유명교수에게 레슨을 받으려하는 것은 단순히 실력향상 때문만은 아니다. 교수에게 레슨을 받느냐,어떤 교수에게 레슨을 받느냐가 당락에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91학년도 E여대음대 입시에서 S여대 K교수가 레슨한 수험생 14명이 모두 합격한 사실에 대해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만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리고 있다.
고위공직자 주모씨(48)는 『첼로를 하는 딸이 각종 콩쿠르에서 상위입상을 휩쓸 정도였으나 잘아는 첼리스트가 「저정도면 별도 레슨을 안받아도 어디든지 합격하겠다」고 말해 이를 믿고 고3때 레슨을 안시킨 결과 서울대에 두번이나 낙방했다』며 『할 수 없이 지난해 미 줄리어드로 유학을 보냈는데 「우수한 학생을 보내줘 고맙다」는 편지까지 보내왔다』고 실소를 짓는다.
그러나 유명 대학교수들은 극도로 자질이 뛰어나거나 몹시 재력이 튼튼한 학생들만을 선별해 받기때문에 보통 학생들이 이들에게 직접 레슨을 받기는 힘들다. 따라서 보통학생들은 저명교수 휘하의 전임강사·시간강사·대학원생들로부터 레슨을 받게되며 이들을 통해 입시에 임박해 저명교수와 끈을 댈 기회를 얻게된다.
레슨을 받기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합격보장금」조의 사례비는 계속 인플레현상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학부모들이 직·간접으로 유명교수에게 건네주는 「사례비」는 지망대학이나 수험생의 실력에 따라 1천만∼3억원 사이로 천차만별이다.
수험생의 실력이 다소 떨어질때 주는 「뇌물성 사례비」는 수억원대에 이르고,실력은 충분해도 「만약」이나 「예의」로 주는 「보장성 사례비」도 1천만∼3천만원선이다.
올해 서울대음대를 지원했다 떨어진 수험생의 학부모 이모씨(49·회사원)는 『평소 딸(18)의 레슨을 도와준 대학강사가 대학입시 직전 「만약을 위해 손을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5천만원을 요구했으나 거절했다』며 『주위에서는 레슨교수에게 「사례」를 하지 않아 떨어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저명교수의 경우 한창 레슨에 바쁘다보니 갖가지 변칙이 동원되기도 한다.
수험생이 연주한 녹음테이프를 듣고 전화로 코멘트를 해주거나 심지어 전화를 통해 수험생의 연주를 듣고 평을 해주는 경우도 없지 않다.
레슨을 주업으로 하는 일부 교수들의 경우 남들의 이목때문에 40∼50평 규모의 스튜디오를 개인 연구실처럼 꾸며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 교수들은 별도 사례금을 받지 않더라도 레슨수입만 연간 1억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자신이 레슨해준 학생이 많이 입학할수록 학생들이 몰려들고,또 그만큼 레슨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입시부정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저지르려 한다는 것이다. 「레슨」을 매개로 입학보장 뒷거래는 대입뿐만 아니라 고입에서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H여고 1학년 김모양(16)의 경우 실기공부를 늦게부터 시작,실기능력이 부족해 예술고교에 못가고 일반학교에 들어가 음악공부를 하고 있다.
김양은 중3때인 89년 7월 자신의 레슨교사로부터 전공과 관련도 없는 호른(4백만원가량)을 사준다면 지방예고에 입학시켜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으나 고민끝에 떳떳하게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일반고를 택했다고 말했다.
레슨과정에서부터 싹트는 구조적 입시부정­. 이로 인해 가난하지만 재능있는 음악도가 설 땅은 사라져 가고있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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