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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 지방 섭취량 WHO 권장치 서너 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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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키 172㎝, 체중 93㎏인 하모(17.고교 2)군은 지난 주말(2일) 점심에 햄버거 한 개(140g)와 양파링 8조각을 먹었다. 튀긴 음식을 워낙 좋아해 저녁때는 치킨너깃(9조각), 프렌치프라이(140g)를 먹고 입가심으로 애플파이(100g)를 먹었다. 하군이 이날 점심때 앉은 자리에서 먹은 트랜스 지방은 9g(양파링 7g.햄버거 2g). 저녁때 먹은 것까지 합치면 이날 섭취한 트랜스 지방은 모두 18g이나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에 전체 섭취하는 열량 중 트랜스 지방의 열량이 1%를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 트랜스 지방의 하루 섭취량이 2.2g을 넘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교수는 "하군은 한끼 식사만으로도 트랜스 지방을 WHO 권장량의 서너 배나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 알게 모르게 많이 먹는다=육식을 즐기는 서구인이 트랜스 지방을 우리보다 훨씬 많이 섭취한다. 그러나 패스트푸드를 즐기는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트랜스 지방 섭취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트랜스 지방은 바삭하고 고소한 맛의 비결이어서 청소년.어린이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시판 중인 일부 가공식품에도 트랜스 지방 함량이 적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4~200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마가린 한 종류의 100g당 트랜스 지방 함량은 40.7g에 달했다. 100g당 평균 트랜스 지방 함량은 마가린과 쇼트닝(14.4g)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전자레인지용 팝콘(11g), 도넛(4.7g), 튀김용 냉동감자(3.5g), 초콜릿 가공품(3.2g), 비스킷(2.8g), 케이크(2.5g) 순서였다.

◆ 식품회사도 줄이기 나서=기업도 비상이다. 맥도날드는 유럽 체인을 시작으로 트랜스 지방 함량을 2%대로 낮출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KFC는 내년 4월까지 미국 내 5500개 체인점부터 시작해 전 세계 모든 체인점에서 사용하는 식용유를 콩기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롯데삼강은 트랜스 지방 함량을 100g당 0.3~2.3g 수준으로 낮춘 유지를 개발했다. CJ도 트랜스 지방 함량을 1%대로 낮추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치킨의 트랜스 지방 함량은 과거보다 뚜렷하게 감소했지만 감자튀김의 트랜스 지방 함량은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식생활을 바꾸자=트랜스 지방의 섭취를 줄이려면 튀김 요리를 할 때 쇼트닝보다 식물성 식용유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같은 식용유로 너무 여러 번 튀기는 것도 트랜스지방을 늘리는 요인이다. 식약청 박혜경 영양평가팀장은 "토스트.볶음밥 등의 조리 시 마가린 사용을 줄여야 한다"며 "원재료명에 쇼트닝.마가린.정제가공유지 등 경화유를 사용했다고 표시된 식품의 섭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트랜스 지방=액체인 식물성 기름(유지)을 고체 지방(경화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방이다. 쇼트닝과 마가린이 대표적이다. 불포화 지방의 일종이나 포화 지방(동물성 지방)처럼 혈관 건강에 해롭다. 많이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거나 당뇨병.암에 걸릴 위험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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