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아랍 「테러공포」/서방 각국서 용의자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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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라크 외교관 「비밀 경찰」 많아
페르시아만 전쟁이 3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이라크에 동정적인 아랍 테러리스트들의 대 서방 국가 테러위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여러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테러단체요원 몇명이 이미 미국에 입국했으며 인도네시아 미국대사관저에서는 폭탄이 발견됐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전쟁발발전인 지난주 『전쟁이 일어날 경우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투를 하겠다』고 밝혀 테러를 통한 공격을 암시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이라크의 지원을 받는 테러계획이 세계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했으며 특히 중동과 유럽이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밝혔다.
아랍계 테러단체 가운데 특히 최근 몇년동안 요인암살 및 폭탄테러로 악명을 얻은 아부니달그룹과 지난 85년 아킬레라우로호의 납치사건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압둘 압바스가 포함돼 있어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 파견국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국에 배치된 이라크 외교관 가운데 상당수는 이라크의 비밀경찰 무카바라트 요원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후세인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주재국에서 테러행위에 참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카바라트를 위해 일했던 한 전직요원은 『이라크 공관원의 80% 정도는 무카바라트 요원들로 이들은 지시에 따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을 인원들』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달초 아랍국여권을 소지한 2명의 테러리스트가 이라크의 대미 테러계획에 따라 임무를 띠고 미국내로 잠입했다는 해외정보원의 보고에 따라 이들을 추적,검거했다.
이 사실은 백악관의 요청으로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으며 이 사건직후 미 법무부는 이라크 또는 쿠웨이트 여권을 소지한 모든 입국자로부터 지문을 채취하는등 출입국관리를 한층 강화했다.
법무부는 또 3백만명에 가까운 아랍계 미국인들에게 소환장을 보내는등 동태파악에 나섰다.
미국과 함께 다국적군의 중심국가인 영국에서도 테러가능성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경찰은 16일 영국으로부터 추방될 예정이던 이라크인 2명을 테러혐의로 체포했으며 이같은 용의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라크인들에 대한 동태파악을 하고 있다.
영국정부는 또 페르시아만 전쟁발발에 따라 이라크인 28명을 추방하려던 방침을 바꿔 이들을 모두 체포했다.
이밖에 소규모로 다국적군을 파견한 유럽 및 아시아국가들도 테러보복에 대비,출입자들에 대한 보안검색을 실시하는 한편 국가기간시설에 대한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추세다.
페르시아만 전쟁이 다소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옴에 따라 「성전」이라는 이름하에 다국적군 파견국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항공기 납치,시설물 폭파 등의 테러는 전장 못지않은 인명피해를 가져올 수 있어 세계각국은 전쟁 이외에 또 하나의 싸움을 벌여야할 형편이다.<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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