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 이상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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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겨울이 사라지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1일 기온이 4.5도로 1879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도 올 가을(9~11월) 평균 기온이 19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구촌 곳곳이 이상 난동으로 인한 식량 위기를 걱정하고 있고, 상당수 스키장은 존폐의 갈림길에 내몰렸다. 북극이 코앞인 유럽 북단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12월에 꽃가루가 날리는가 하면, 시베리아 곰들이 겨울잠을 자지 못하고 돌아다닌다.

◆ 기아 부추기는 온난화=미국 워싱턴에 4일(현지시간) 전 세계 15개 주요 농업연구소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영화 속에나 나오는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지구 온난화는 아프리카의 탄자니아.모잠비크 같은 나라의 가뭄을 심화하고 있다. 따라서 작물 재배 가능 기간은 점점 줄어든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해안 지역 홍수가 증가하고 있다. 남미의 콜롬비아에선 작황 감소가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작물이 감자다.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감자를 많이 생산하는 아프리카.동남아와 남미 북부에서는 생산량이 크게 줄게 된다. 이 지역에는 가난한 나라가 많다. 모임 참가자들은 "기아와 빈곤 심화를 막으려면 당장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사라지는 스키장=스키 월드컵 관계자들은 최근 오스트리아 죌덴 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올해 첫 대회를 취소했다. 눈이 안 내려 경기를 치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03년 "지구 온난화로 눈이 내리는 곳이 줄어 저지대 스키장들은 머잖아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스키장은 이 같은 '운명'을 피하기 위해 첨단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스위스의 안데르마트와 페르비어 스키장은 눈이 워낙 내리지 않자 한번 내린 눈을 보존하기 위해 시설의 대부분을 특수 제작한 천으로 덮어버렸다.

적극적으로 환경운동에 나서는 곳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의 아스펜 스키장은 시설 내 운송수단의 연료로 환경친화적인 바이오디젤을 사용한다. 스키 리프트는 풍력으로 움직이고, 난방은 태양열 발전으로 해결한다. 직원의 45%는 환경단체에 가입해 매주 기부금을 내고 있다.

◆ 어두운 미래=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을 경우 금세기 안에 인류가 받게 될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영국 정부는 10월 지구 온난화가 세계대전이나 대공황에 맞먹는 규모로 경제를 파괴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를 내놨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당시 "머잖아 기후 변화로 매년 전 세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을 모두 합친 것의 5~20%에 해당하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동남아 국가와 카리브해.태평양 연안의 섬나라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21세기 중반에는 온난화로 인해 2억 명 이상의 영구 난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풍속이 5~10% 정도 증가해 피해액이 매년 두 배로 늘게 된다. 유럽에선 이상 고온으로 매년 수만 명이 사망하고, 아마존 열대 우림은 회복 불능 상태가 될 전망이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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