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에 군사 쿠데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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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피지에서 5일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피지군 총사령관인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준장은 이날 경찰을 무장 해제하고 보유 무기를 모두 압류한 뒤 "군부가 국가와 정부를 장악했다"고 발표했다.

BBC방송은 현지 TV방송을 인용, M16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 40여 명이 이날 아침 총리 관저 진입을 시도해 경호원과 대치하는 등 한때 긴장감이 고조됐다고 보도했다.

군부는 4일부터 수도 수바로 진입하는 도로를 모두 봉쇄하고, 라이세니아 가라세 총리가 머물고 있는 관저를 포위해 왔다.

관저에 억류된 가라세 총리는 이날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군부가 정부를 장악했지만 나는 피지 국민이 민주적으로 선출한 총리이므로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이웃나라인 호주와 뉴질랜드에 쿠데타 진압을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쿠데타 발생 직후 피지와의 군사 협력 관계를 전면 중단했으며, 호주도 가라세 총리의 군사 개입 요구를 즉각 거절했다.

쿠데타가 발생하자 외교통상부는 현지를 여행하는 한국인에게 안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여행경보 2단계'를 발령했다. 피지에는 현재 1000여 명의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군부와 피지 정부의 갈등은 가라세 총리가 2000년 쿠데타 연루자 사면과 원주민들에 대한 토지 분배를 규정한 법안을 지난달 의회에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2000년 쿠데타 시도는 인도계인 바이니마라마 장군을 몰아내기 위해 원주민들이 모의한 것으로, 당시 바이니마라마 장군은 쿠데타 세력을 물리치고 '가라세 총리 체제'를 출범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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