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진영 "10일 전국 당원대회" 김근태 측 "설문조사 일단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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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진영의 반발은 전국화.조직화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진로와 방향이 당 지도부나 대선 후보, 의원들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4일 편지에 크게 고무된 듯했다.

지도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당장 정면충돌은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양측 간 갈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에서 열린우리당은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 친노 진영의 총공세=친노 성향의 중앙위원, 당원협의회장, 시.도당 상무위원, 청년위원장 270명으로 구성된 '열린우리당 정상화를 위한 전국당원대회 준비위원회'(준비위)가 선봉에 섰다. 이들은 ▶김근태 당의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의 즉각 해산 ▶당 진로 결정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위원회의 구성을 촉구했다.

나호주.김두수 중앙위원 등 준비위 소속 3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가 그간 보여준 건 무능과 독단뿐"이라며 "부질없이 당내 갈등과 당.청 갈등을 조장하며 우왕좌왕하는 사이 당은 한 자릿수 지지율의 식물 정당으로 전락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당의 진로와 관련한 모든 정치적 입장은 전당대회를 통해 평가받아야 하고 당의 운명은 당원들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0일 당사 앞에서 2000여 명이 모이는 전국당원대회를 개최, 세력을 규합해 나갈 예정이다.

김혁규.조경태 등 영남권 의원 8명은 4일 만찬 회동에서 "향후 정계개편 논의에서 노 대통령과 뜻을 같이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화영 의원 등 친노 의원들도 따로 만나 "전당대회에서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 그럴 경우 지도부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 "설문조사는 순연한다"=당 지도부는 오후까지만 해도 "예정대로 설문조사를 하겠다"(우상호 대변인)는 입장이었다. ▶통합신당 창당에 대한 찬반 ▶전당대회 시기와 방법 ▶비대위를 해산할 경우 언제 할지, 지도부는 어떻게 꾸릴지 등을 조사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오후 8시30분 비대위 비공개 회의 도중 "설문조사를 순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병석 비대위원은 "당의 진로보다 예산안 등 처리가 더 시급하고 국가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또 설문 작성 때 외부 전문가를 참여토록 했다. 친노 그룹에 비판의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비대위는 그러나 예산안 처리 직후 열리는 의원총회에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한다는 방침은 재확인했다. 또 친노 진영이 당원대회를 여는 10일 비대위 전체회의를 소집,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김근태 의장의 측근은 "의총에서 139명 전원의 의견을 들을 순 없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수도권 의원은 "(친노 그룹이) 홍위병처럼 들고 일어나는 걸 보니 오히려 전당대회를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 정동영, "국회 끝나면 생각 밝힐 것"=중국을 방문 중인 정동영 전 의장은 "최근의 당.청 모습은 국민 눈에 좋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 중인데 당내 문제를 섞어 놓으면 국민에게 욕먹기 딱 좋다"고 말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일부 언론에 (내가) 통합신당파로 분류돼 있던데 난 그런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고정애.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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