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만화 인기몰이 다양한 이야기가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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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란 아주 위대한, 그러나 아직 다 쓰여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지요."

지난 4~5일 청강문화산업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문화산업세미나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미국 만화가 스콧 매클루드(43)의 말이다. 그는 10년 전 펴낸'만화의 이해'에서 만화가 글과 그림의 잡종교배로 태어난 서자가 아니라 칸과 칸 사이의 도약을 통해 더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예술 장르임을 논증하면서 일약 영미권의 대표적인 만화 이론가로 떠올랐다.

이런 주장에는 미국만화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의 만화, 그리고 인접 장르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이 큰 설득력을 더했다. 이후 2000년 두번째 저서'만화의 미래'에서는 디지털 미디어를 비롯, 새로운 시대 조류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면서 만화산업의 갈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 사이 미국 만화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본 만화가 많이 번역되면서 전문점에서만 유통되던 만화책이 일반 서점으로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만화도 곧 많이 볼 수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인터넷 만화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던 사람들이나, 영웅 만화 위주인 출판만화와 달리 인터넷 만화가 다루는 다양한 이야기에 끌려든 사람들이 새로운 만화 독자가 된 것입니다. "

그는 미국의 주류 출판만화가 '수퍼맨''엑스맨'같은 영웅물 일색이 돼버린 것이 만화시장의 침체를 낳았다고 본다. 한국계 만화가인 데렉 커크 김의 작품처럼 일상적인 소재를 비롯, 이전의 미국 만화가 다루지 않았던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이는 인터넷 만화에 주목하는 것은 그런 이유다. 게다가 인터넷은 한국에서도 그랬듯 만화형식과 유통방식에도 새로운 시도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화가 오락 장르인 것은 맞지만 너무 많은 작가들이 현실로부터 도피하려고 합니다. 만화는 도피인 동시에 자기 삶의 표현입니다. 한국의 독자라면 어디 환상의 섬이 아니라 서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가장 특별한 의미를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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