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도심 쇠퇴시킬 '혁신도시' 중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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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참여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가장 주력한 정책 목표를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 시장 안정과 국토균형발전이다. 그런데 미숙한 정책 집행으로 인해 두 가지 목표가 모두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어 우려와 혼란을 빚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규제 위주의 대책 남발과 전국에 걸친 개발사업 전개로 결과적으로 집값.땅값을 모두 크게 올려 놓았다. 또 지방을 고루 잘살게 만들겠다는 국토균형발전도 정부의 의지와는 상반되게 오히려 기존 지방도시의 침체와 쇠퇴 등의 역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제시한 핵심 방안은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혁신도시 및 기업도시 건설이다. 행정도시 건설은 토지 수용을 위해 풀린 막대한 보상비가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벌여 놓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행정도시 건설 자체도 충청권을 제외한 국토 전체의 균형발전에 어느 만큼 기여할 지 미지수다. 한편 기업도시는 정작 들어갈 기업들이 나서지 않아 난관에 봉착해 있다.

그 가운데서도 175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위한 혁신도시 건설에 대한 우려는 더 구체적이다.

지금 지방도시들은 줄어드는 인구와 빠져나가는 산업체 등을 잡아 두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찾아간 대전.전주.광주.함양.함평.목포 등 크고 작은 지방 도시들은 침체된 시가지의 상권을 되살리고 생기있는 도시 환경을 되찾고자 각기 특색있는 사업들을 펼치고 있었다.

대전시 중구청은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 상권 회복을 위해 도로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광주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사용이 중단된 철길 7.6㎞를 공원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산책과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전북 전주와 전남 함평 재래시장은 이용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천막 설치 등 개선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각 지방의 도심 상인들이나 재래시장 상인, 지자체 공무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인구가 줄어드는 지방도시 외곽에 신시가지가 조성되고 이에 더해 앞으로 혁신도시까지 개발되면 기존 도심과 시가지의 쇠퇴를 막기는 불가능할 것이란 우려였다.

대전의 경우 이미 대덕.유성 등 신시가지 개발로 인해 도심 상권의 쇠퇴가 심각한 상황이다. 광주 도심은 전남도청이 무안으로 옮기고 광주 시청까지 서구 상무지구로 옮겨간 뒤 상권이 거의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전주 남문시장의 상인들도 전주 외곽 및 완주에 혁신도시가 건설돼 그쪽에 백화점 등이 들어서면 재래시장이 문 닫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걱정이었다.

도시 외곽에 건설된 신시가지나 신도시로 인해 기존 도심이 쇠퇴한 사례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이 20세기 중반에 경험한 일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영국.유럽 등에서는 1990년대 이후 뉴어버니즘이란 기치 아래 기존 도심 재생운동에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전국 10개 지역 약 1360만 평에 추진 예정인 혁신도시 건설은 주변지역 기존 시가지의 쇠퇴화 현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일이다. 지방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꼭 공공기관을 옮기겠다면 기존 시가지 중심으로 재개발을 통해 배치하는 방안이 더 합리적이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혁신도시건설지원특별법'은 보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토균형발전은 지방도시의 기성시가지부터 차근차근 개선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이미 지방도시 나름대로 시작되고 있다. 이를 더욱 적극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신혜경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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