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학과선택가이드] '학과'는 당신의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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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보자. 떠나는 여행이 행복해 지려면 다음의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첫 번째는 목적지에 관한 정보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사전에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습득해야 재미있게 놀다 올 수 있다. 어떤 관광 명소가 있는지, 그 지역에서 유명한 먹거리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야 여행이 즐거워 진다.

두 번째로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교통수단에 대한 정보다. 도보.버스.기차 등 여러 수단 중에서 무엇을 택할지를 정해야 한다. 그래야 휴대할 품목을 정할 수 있고 옷차림을 가볍게 해야 할지, 일찍 출발할지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목적지 없이, 아무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즐거울 수도 있다'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그 말은 여행을 많이 해본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여행 초보자에게 있어 무계획적인 여행은 고생길이며 "갔던 길을 또 가는" 낭비적인 여행이 되고 만다.

우리의 인생도 여행에 많이 비유를 한다. 따라서 인생이란 여정에서 목적지를 잘 설정하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명확하게 준비할 때 그 인생은 행복한 인생이 될 가능성이 많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다 마치고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치른 수험생들의 상황은 이제 성인이 돼 각자의 인생 목적지를 향해 길을 떠나기 직전의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대학을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공부와 12년간 씨름해 왔기 때문에 수능을 치를 시점에는 수험생의 상당수가 스스로 학습전문가가 돼 있다. 또한 수시, 정시, 각종 특별전형 등에 대해서는 이미 입시전문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사실 대학의 전형 방법에 우왕좌왕 당황하는 사람들은 학생들이 아니라 본인들 때와는 너무 달라진 제도를 어색해하는 학부모들일 뿐이다.

이렇듯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에 대한 노력, 즉 학습과 입학전형에 대한 준비는 12년간 착실히 해왔다. 그러나 의외로 이제 그 12년간의 노력에 대한 결실이 행복하게 맺어지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인 목적지에 대한 정보, 즉 대학과 학과 선택을 위한 준비는 안 돼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수험생들이여, 연습장을 한 장 꺼내놓고 내가 아는 직업을 쭉 써 내려가보라. 그리고 내가 쓴 직업의 옆에다가 그 직업에 도달하기 위한 유리한 학과가 무엇인지를 써보라. 일단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1만여 개의 직업 중에서 10개도 채 쓰기가 힘들 것이다. 의사.판사.변호사. 한의사.선생님까지는 쉽게 써내려 가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자신의 무지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뿐인가? 자신의 사회 진출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학과에 대한 정보는 더욱 형편없다. 경제와 경영은 진출 분야가 같은지 다른지, 영문학과를 나오면 영어 관련 일만 하게 되는지, 한의학과는 앞으로도 유망한지, 화학공학과와 화학과는 이름이 유사한데 정말 순수학문과 응용과학의 차이일 뿐인지, 이과학생이 지원하는 자연과학대학에 있는 통계학과와 문과학생이 지원하는 상경대학에 있는 통계학과는 어떻게 다른지, 변리사가 되려면 어떤 학과가 유리한지,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는 정말 지구를 연구하는 곳인지, 왜 KAIST에는 미술대학에나 있을법한 산업디자인학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정작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수능 점수가 발표되면 입시학원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배치기준표에 자신의 미래를 맡기게 되는 것이다. 목적지에 대한 조사 없이 여행을 떠나려 하기 때문에 '갔던 길을 또 가는' 안 거쳐도 되는 '반수' '편입' 등의 과정을 다시 한번 거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원서지원 일까지 남은 시간이야말로 자신이 살아갈 인생의 목적지가 어디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물론 많은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12년간 공부한 것을 헛되지 않게 만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대학과 학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라. 목적지를 명확히 하라. 그럼 준비한 수단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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