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논술 어떻게 가르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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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의 키워드로 논술이 부각되면서 초등생 논술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초등 논술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학습방법을 안내하는 강연과 서적 출간도 늘어나고 있다. 초등생 저학년을 대상으로 논술 지도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알아본다.
논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학습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접근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자녀의 연령·학년별 권장 도서목록에 얽매이기 쉽다. 따라서 학부모는 무엇보다 자녀의 발달적 특징과 함께 관심 분야, 독서수준을 충분히 고려해 시기에 맞게 지도를 해야 한다.

'글쓰기'보다 '표현력' 길러줘야
초등 저학년은 창의력·사고력이 바탕이 되는 논술지도가 핵심이다. 이러한 바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독서 경험이 중요하다. 먼저 글쓰기 위주의 학습보다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 중심으로 논술을 지도하는 게 좋다. 이 역시 독서경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 독서 경험이 부족한 초등 저학년
1) 그림책과 친해지자.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천재 남매(쇼 야노,사유리 아뇨)의 어머니 진경혜 씨.
그는 남편과 함께 남매가 6개월 되던 때부터 이들을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읽어줬다. 100권의 책을 사주기보다 한 권의 책을 이야기를 바꿔가며 100번 읽어주는 쪽을 택했다. 그림책은 취학 전 아동뿐만 아니라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한글을 익힌 뒤엔 그림책은 뒷전에 두고 다른 두꺼운 책을 능숙하게 읽어내길 원하는 학부모가 적지않다. 하지만 그림책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 그림책 효과
그림책은 우선 독서에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내용에 대한 이해력을 돕는다. 독서 경험이 부족한 저학년 아이들이 글자만으로 된 책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사물과 장면을 표현한 그림을 보면서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충할 수 있게 된다.

글과 그림을 보고, 듣고, 읽고, 말하는 과정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다음은 글과 그림의 유기적 관계를 살피면서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
상징성을 담고 있는 그림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맘껏 상상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또한 다음에 발생할 일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해 예측과 추론 능력을 발달시킨다.

■ 그림책을 활용한 독서교육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 준다. 초등 저학년 때 부모가 책 읽어주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책 읽어주는 것이 그리 만만만 일은 아니다.
하지만 독서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이 혼자서 내용을 이해하고 전체 흐름을 종합해 가기는 어렵다. 자녀가 책을 좋아하고 학습 능력이 기반이 되는 독서 능력이 탄탄히 갖춰지길 원한다면 꾸준히 책을 읽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책의 글·그림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관심을 유도하고 이해를 돕자. 그림책을 읽기 전에 표지 그림과 제목을 보고 내용을 예측해 보기도 하고, 책을 읽는 중에 주인공의 표정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좋다. 다만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고 내용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얘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직간접 체험을 늘리자.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는 말은 독서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체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체험학습은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를 형성하는데 효과적이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에다 공감각적인 체험이 곁들여지면 호기심을 자극해 대상을 탐구하게 되고, 이를 통해 문제해결력 또한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등 저학년은 책과 관련된 체험활동이 사고력 확장에 효과적이다.
숲속 체험, 갯벌체험, 농촌체험 등 자연 체험도 좋다. 몸속체험, 직업체험, 도서관체험 등의 이벤트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도록 하자.
독서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내용을 내면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달력 있는 표현이 힘들다. 따라서 토의나 토론 등의 형식을 고집하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나, 낱말 위주로 줄거리를 회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장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주제에 어긋나는 말을 하더라도 바로 잡아줘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책과 친해지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표현방법을 조금씩 지도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 독서경험이 풍부한 초등 저학년은 사고력·표현력 향상을 위주로 지도하라
1) 다양한 독서 경험을 하되 교과 연계 독서를 빼놓지 말자.
독서 경험이 쌓인 아이들이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 자유롭게 읽도록 해도 좋다.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좋아하는 작가가 생겼다면 바람직하다. 작가의 이야기 전개 방식을 이해하고,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한 아이들은 작가와의 대화를 시도함으로 독서의 세계가 더욱 깊어진다. 폴 제닝스의 '싱잉푸 시리즈'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도 기발하고 재치있는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특정 분야에 너무 편중되지 않고 어휘력이 확대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독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은 필수다.
무엇보다 빼놓지 말아야할 것은 교과학습을 위해 교과 내용과 연계된 책을 읽고 배경 지식을 쌓아 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동물의 겨울나기-추워도 괜찮아』(모니카 랑에)를 읽고 동물들의 겨울나기 방법에 대해 이해하고 『지구에 새겨진 역사-화석과 암석』(크리스 펠런트)를 통해 화석과 암석의 특징도 알 수 있다.

2) 주제 토의 활동으로 사고력을 키우자.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혼자서 많은 책을 읽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나와 다른 생각 간에 차이를 접하면서 사고력을 키우고 깊이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독서 경험이 풍부한 아이들이라면 책을 읽은 후 내용을 검토하고 내면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인 토의 활동을 기대해도 좋다.

3) 정서적 글쓰기로 표현 능력을 키우자.
논술 실력의 향상이 목적일지라도 저학년 아이들에게 논증적인 글쓰기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서 경험이 풍부한 아이들일수록 표현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감상문 쓰기를 충실히 하는 것이 좋다. 생각하고, 느끼고, 감동받은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표현하는 것이 감상문이다. 감상문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을 충분히 한 후 좀 더 정교하게 사고를 다듬는 논리적 도구를 배울 경우 논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02-4194-777, www.nssp.co.kr
박수영 대성초등제넥스 직영학원 논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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