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구중심대학 육성 1~2개의 대표硏 키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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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6면

차세대 성장동력을 성공시키려면 3요소가 필요하다.즉, 3P(Product:제품, Process:시스템, People:인력)이다.이 세 가지 중에서 지금 우리는 겨우 제품만 정한 것에 불과하다.

이제는 시스템과 인력, 즉 누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프로세스는 시스템.클러스터를 의미하며, 피플은 과학기술 인력에서부터 기업.산업협회 등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선진국들은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먼저 산업 협의체에 관련 기업들이 모여서 필요 기술.소재.설비의 수요를 파악한 뒤 대학에 기술협력을 요청하고 자생적.자주적.자발적으로 노키아를 유치했다.

산.학.연 클러스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주체는 바로 기업이다. 특히 개별 기업들이 모여 이룬 산업별.지역별 조합이나 협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스로 자주적 노력을 하는 협회에 한해 정부가 매칭펀드를 내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독일은 2000년 기준으로 일본 경제규모의 40% 수준에 불과하면서도 1위와 10위 이내 품목 수가 일본보다 1.6~1.9배 정도 많은 4천1백개에 이른다. 그 저력이 바로 중소기업 연구개발(R&D) 협회단체인 산업연구협회연합회(AIF)의 활발한 활동에 있다. 독일의 산업연구협회연합회는 중소기업 5만여 회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협동적인 기술개발을 도모하는 R&D협회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이렇게 협회.조합이 클러스터의 주체가 될 때, 비로소 연구개발이 형식적 민간 주도에서 진정한 민간 주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산.학.연 클러스터에서는 민간 산업협의체가 과제를 선정 제안하고, 연구개발 파트너(대학.출연연)를 정하고,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진정한 민간주도형 연구개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다음은 능력 있는 과학 인재가 끊임없이 공급되는 것이다. 과학인재의 양성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하나는 우수한 상위인재의 발굴 및 육성이다. 천재 한 사람이 수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에, 과학기술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성장 동력별로 그리고 지역별로 10개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고, 1~2개의 한국 대표 연구소를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공학도의 '최저 기준'을 세계적 수준으로 설정,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양성할 수 있도록 공학교육 전반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의 공학교육 인증제도(ABET)는 미 공대의 95%가 참여하고 있으며, 공무원 및 기업의 인재채용 때 선발 자격요건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모든 공학교육을 공학교육인증(ABEEK) 체제로 바꿔 맞춤식 교육을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차세대 성장동력은 결정이 끝이 아니다. 프로세스와 사람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3P가 제대로 갖추어져야 차세대 성장동력이 진정한 국가 성장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손욱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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