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도 인플레…10∼20% 올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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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공요금을 비롯한 각종물가의 대폭적인 인상을 반영하여 출판계에도 책정가의 인상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연말을 기해 일부 유명 출판사들이 제작비압박을 이유로 책값을 올린데 이어 금년 들어서는거의 모든 출판사들이 신·구간을 가리지 않은채 정가를 올려 책을 출판하고있다.
출판사와 서점관계자들은 이같은 책값인상은 지난해하반기 이래 인쇄및 제본업소들이 저마다 평균 20%정도의 제작비단가 인상을 통고해온데 따른 것이라고밝히고 있다. 현재의 물가상승추세에 따른 제작비압박이 계속되고 고시가에 묶여있던 종이값까지 오르게될 경우 금년내에 또한차례 책값인상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이 이들의 우려섞인 전망이다.
출판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선진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값이 싸고 지난3∼4년 사이 정가인상움직임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의 책값인상을 애써 「현실화」의 측면에서 명분지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들이 막연히나마「책값이 비싸다」는,생각에 젖어있을뿐만 아니라 책을 체대로 읽지않는열악한 문화풍토 속에서 책값인상이 자칫 독자들의「책외면」현상을 부채질하지나않올까 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현재 서점에 나와있는 책들은 대개 지난해보다 10∼20% 오른 정가표를 붙이고있다. 소설·에세이류의 일반단행본은 페이지당 10∼13원, 인문·사회과학계통의 교양서적은 15∼18원, 전문학술서적은 20원정도의 단가로 산정되는 이들책의 정가는 이번의 한차례 인상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외국에 비해 퍽 저렴한 수준이라는 것이 출판업자들의 주장이다.
3백쪽 내외의 문고판만해도 우리나라의 경우 오른 정가가 1천5백∼2천원 정도이나 일본은 2천7백원, 미국은 3천5백원,영국은 6천4백원등 우리보다 현저하게 높은값을 매기고있다. 소설의 경우 3백쪽 내외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3천5백∼4천원인데 비해 일본은 7천5백원,미국·영국은 8천원 정도이며 전문이론서도 4백쪽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7천∼8천원 수준인데 비해 이웃 일본에서는 무려 2만7,8천원의 높은 정가를 붙여 판매하고있다.
한 출판사대표는 『우리책값을 외국의 경우와 산술걱·평면적으로 비교하는데는 문제가 있으나 다른 물가를 고려하면 아직도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다. 책값을 현실화하려면 소설단행본은 페이지당15원,교양이론서는 20원,전문학술도서는 25정도로 더 올려 조정해야 소신있는 양서출관이 가능해질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있다.
다른 한 출판인은 책값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제작비는 매년10%이상씩 인상돼왔으나 책값은 여건상 올리는 일이어려웠기 때문에 무리하다고 할 정도의 자기희생과 가정적 압박을 받아온것이사실』 이라고 지적하고 『거기다 출판사들의 과당경쟁으로 광고없이는 책을 팔수없는 상태에서 정가인상요인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에는 책의 정가를 1백%로 볼 때 인쇄·제본등애 들어가는 제조직접비 30%, 인세 10%, 서점마진 20%, 인건비·관리비·광고비등을 포함하는 제조간접비 20%, 반품등에 의한 최종잔본률 5% 등을제하고 남는 15%를 출판사의 이익률로 산정하는것이 보통이었으나 그동안이같은 산정기준에 변화를 강요하는 요인들이 많이 생겨났음을 감안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제조간접비 20%속에 들어가 있는 선전및 광고비는 그것만으로도 정가전체의 20%를 상회할만큼 출판여건이 부정적으로 변화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책값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드러난 출판계의 역기능으로▲가능한한 책의 부피를 줄인다거나 ▲비교적 제작비가 많이 드는 무게있는 내용의 양서를 기피하고▲단발로대형 베스트셀러나 노리는 얄팍한 상혼이 횡행해 왔다는 점에서 책값인상에 긍정적 시선을 던지고 있는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현실화」의 측면에서 책값인상을 긍장할수는었다 하더라도 정가가 오르기전에 나온 구간을 신간과 똑같은 값믈 매겨 출고하고있는 출판사들의 최근행대는 상행위 윤리차원에서도크게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지적도있다. <정용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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