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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넌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본 페만대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제봉쇄로 충분한데 왜싸우나
제네바에서 열린 미­이라크 외무장관회담이 결렬됨으로써 페르시아만에서 전쟁발발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미국은 어떻게 싸워야하며,무엇을 공격목표로 삼아야 하는가,특히 사태진정후 미국의 대중동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부시행정부가 확실한 청사진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견이 미국의회내에서 일고 있다. 샘 넌 미상원 군사위원장은 10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특별기고한 글에서 자신은 아직도 경제제재조치의 유효성을 믿고 있으며,만약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신속한 승리」에 집착,쿠웨이트를 황폐화시키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음은 그의 기고문 내용 요약이다.<편집자주>
미국은 대통령이 의회로부터 승인을 받지 않거나 또는 공식적으로 전쟁선언을 하지 않고 취하는 군사행동을 의회가 허용하거나 때로 지원하기까지 하는 많은 「회색지대」의 분쟁에 개입해왔다.
그러나 40만명이나 되는 대규모 병력을 쿠웨이트 해방을 위해 파견하는 것은 결코 지금까지처럼 회색지대의 분쟁이 아니다.
따라서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에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이라크에 대한 전면공격 개시에 앞서 의회로부터 승인을 얻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다.
필자는 지금도 부시 대통령이 처음 취했던 전략,즉 경제제재와 군사적 위협 및 인내의 전략을 지지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이라크는 경제봉쇄에 매우 취약하다. 현재 진행중인 경제제재조치는 이라크의 석유수출을 거의 1백% 중단시키고 수입의 90%이상을 중단시킴으로써 이라크의 GNP를 50%가량 축소시켰다.
둘째,경제봉쇄는 전세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전쟁은 90%이상 미국인에 의해 수행될 것이며 아랍을 비롯한 회교국가들에 미국에 의한 십자군원정으로 간주될 것이다.
전쟁이 발발,인명피해가 나기 시작하면 미국인들은 『왜 우리만 피를 흘려야 하는가』하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셋째,윌리엄 웹스터 CIA국장은 의회에서 경제봉쇄가 이라크군의 무기부품과 군수품부족을 초래,전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증언한바 있다. 봉쇄는 이라크의 핵무기와 정교한 운반체계에 대한 욕심을 무산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임이 분명하다.
부시대통령은 지난해 11월초 경제제재를 통해 쿠웨이트를 해방시키겠다는 정책을 포기했다.
필자는 경제제재정책이 쿠웨이트로부터 이라크가 철수할 것을 보장해주지 않으며,따라서 오는 15일이후에는 곧바로 전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전쟁이 아주 간단히 종결되고 미국의 피해가 경미할 것이라는 어떠한 보장이라도 있는가고.
우리의 정책과 군사계획은 전쟁이 재빨리,그리고 손쉽게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기초할 수만은 없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전쟁에 사용될 막대한 무기와 범위 및 규모는 자신들에 대한 응징을 감당해낼 이라크의 능력과 전쟁의지에 좌우될 것이다.
필자는 또 전쟁후에 올 여파에 대해 우리가 어떠한 보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묻고 싶다.
엄청난 파괴와 아랍인들의 대량살상에 의해 야기될 회교국가들의 반응,그리고 그들의 반미주의와 테러공격을 생각할때 앞으로 중동을 미국인들에게 안전한 지역으로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함께 다국적군의 결속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도 매우 회의적이다.
전미합참의장 윌리엄 크로제독은 『동맹관계는 강력한 적대상황에서는 충분히 견고할지 몰라도 평화적 해결을 시도할때는 취약해진다는 견해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의문이다.
전쟁이 일어났을 경우 중요한 것은 미국의 힘을 극대화시키고 이라크의 약점을 최대로 이용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일이다.
공군력,해군력,지상군의 기동력,정보이용력,대 이라크 공격목표지점에 대한 기술적 선택등에서 미국은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을 보좌하는 군사전문가들도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이라크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는 점은 잘 알고 있으나 상대방의 피해가 커지면 다국적군의 전쟁의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인들은 즉각적인 결과를 봐야만 직성이 풀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인스턴트 식품처럼 재빨리 확보되는 군사적 승리를 원하지만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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