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지방 토산주서 "정상의 명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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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술은 인류 역사에시 가장 오래된 상품이다.
술은 시대에 따라, 나라·지방·가문에 따라 독특한 방식으로 빚어져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리나 술을 국제적으로 상품화하는데 성공한 사례는 드물다.
나라마다 독특한 술과 술문화를 갖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명주로 꼽히고 있는 술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인 것이다.
프랑스 코냑지방의 명산품인 코냑, 영국 스코틀랜드가 주산지인 스카치위스키는 지방의 토산주를 국제상품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술의 명품도 제조업체의 제품과 마찬가지로 국제상품화 될 때는 무역마찰의 원인이 된다.

<국내 술시장도 눈독>
이들 위스키·코냑 등 양주업체들은 연간 2조5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술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업체의 로비를 받은 영국과 프랑스는 한국정부에 높은 주세율의 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이미 영국정부의 통상압력에 못 이겨 위스키 주세율이 올해부터 2백%에서 1백50%로 내렸다.
EC(유럽공동체)측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위스키 등 수입주류의 주세율을 소주수준(35%)까지 내릴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관세율도 현형 50%에서 30%로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냑과 위스키가 지금처럼 전세계의 명주가 된 비결은 철저한 품질관리에 있다. 술을 만드는 과정은 전자제품·자동차의 제조공정 못지 않게 엄격하게 관리된다.
세계의 코냑시장은 헤네시·마텔·레미마르탱·쿠보지에·카뮈 등 5대 메이저에 의해 이끌어 지고 있다.
이중에서도 헤네시 코냑은 세계코냑 시장의 23%를 차지, 선두를 달리고 있다.
헤네시 코냑의 창립자는 아일랜드 출신의 리처드 헤네시.
18세기 중엽 프랑스 루이15세 휘하의 아일랜드 연대에서 근무하던 청년장교 리처드 헤네시는 따뜻한 코냑지방의 기후와 이곳의 특산물 코냑에 반해 이곳에 눌러 앉았다.
리처드 헤네시는 고향에 소식을 전할 때마다 코냑을 선물로 보냈는데 반응이 좋자 l765년 아예 회사를 차리고 본격적으로 수출에 나선 것이다.
코냑은 1909년 만들어진 코냑제조법령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이 법령은 코냑제조에 필요한 포도를 한정된 지역에서만 재배토록 하고 있으며 코냑을 저장해 숙성시키는 오크통 역시 특정지역의 숲에서 자란 것만 쓰도록 규제한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코냑의 원료가 되는 포도재배지역은 2억3천7백만평.
재배지역은 토양·기후에 따라 6개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지역내라도 아무데서나 포도를 심는 것은 아니다. 햇볕과 바람이 잘 통하는 경사지의 석회질 토양만이 엄격히 선정되는 것이다.

<법령으로 제조관리>
석회질 토양이 코냑의 원료가 되는 달지 않고 신 포도맛을 내주기 때문이다.
코냑지방의 포도는 매년 10월 둘째주에 수확돼 일단 백포도주로 만들어진다.
백포도주는 85도에 끓여져「백조의 독」으로 불리는 증류기를 통해 알콜도수 30도의「브루이」로 만들어진다.
브루이는 다시 75도에 끓여져 알콜도수 7O도의 오드비(생명의 물이라는 뜻)라는 코냑의 원액이 추출된다. 1ℓ의 오드비를 얻기 위해서는 9ℓ의 브루이를 증류해야 한다는게 회사측의 설명.
알콜도수 7O도의 오드비는 오크통에 넣어져 어둡고 서늘한 지하의 숙성창고에서 수십년, 또는 1백년이상을 견디며 상품화되기를 기다린다.
이 과정에서 오크통에서 배어 나오는 타닌성분이 코냑특유의 호박색과 향기를 내게 하는 것이다.
『오드비는 자연숙성과정에서 알콜도수 45도가 될 때까지 매년 3%씩 증발되는데 이 지방사람들은 증발되는 오드비가 너무 아까운 나머지「천사의 몫」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헤네시 코냑은 최고 1백30년 숙성된 코냑원액을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코냑의 진짜 맛은 대를 이어 비법이 전수되는 블렌딩에 있다.
블렌딩은 회사 창립때부터 헤네시 가문과 인연을 맺은 휘유가문이 맡고 있다.
크리스토퍼 휘유의 6대손인 모리스 휘유, 아들이 없는 그의 조카 얀 휘유가 블렌딩의 책임자.
그는 직업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이 가업을 잇는데 대해『개인적으로 다른 생각도 없지 않았지만 이미 7대를 내려왔기 때문에 하늘의 선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98%를 해외로 수출>
헤네시 코냑은 생산량의 98%가 해외로 수출된다. 매출액은 연간 8억∼9억달러, 순익이 3억∼4억달러로 부가가치가 다른 상품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높다.
헤네시 코냑이 철저한 품질관리에 의해 술의 명품이 됐다면 조니워커는 마키팅에 힘입어 세계제일의 위스키가 됐다.
조니워커는 l820년 스코틀랜드 지방의 소도시 킬마녹에서 조니워커라는 상인이 설립한 술회사.
잡화상으로 출발한 조니워커의 상재에 힘입어 조니워커는 현재 생산량의 90%를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조니워커를 해외에 알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1908년 톰 브라운이 디자인한 영국신사가 긴 장화를 신고 힘차게 걷고있는 조니워커의 심벌마크.
「아직도 건재하다」(still going strong)는 글이 함께 실려 있는 조니워커의 심벌마크는 그의 손자인 알렉산더 워커가 회사의 광고를 위해 디자인을 의뢰한 것이다.
그는 당초 무역업에 종사했으나 조니워커의 회사가 홍수로 큰 피해를 보고 도산위기에 빠지자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회사를 본궤도에 올려놓은 장본인이기도 하다.
조니워커는 레드와 블랙, 두개의 레이블뿐이지만 레드는 세계위스키 시장에서 단일품목으로는 최고인 8%, 블랙은 4%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선 블랙이 인기>
조니워커 시장전략의 특징은 나라별로 다른 광고전략을 펴고 있는 점.
조니워커는 2차 대전 중에도 광고를 계속한 유일한 술회사이기도 하다.
조니워커는 유럽대륙에서는 함께 어울려 마시는 술, 태국에서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능동적이고 활동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광고하고 있다.
조니워커의 브랜드 디렉터닉 폘은『조니워커 블랙의 경우 레드와 구분, 클래식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검은색이 행운을 나타내는 미국에서는 검은 고양이와 피아노의 검은건반을 광고에 활용한다』고 밝혔다.
조니워커는 1940년대에 대가 끊겨 이제는 워커가문과는 관계가 없다.
조니워커는 증류소가 모였다는 뜻의 유나이티드 디스틸러스(UD그룹)의 일원이 됐다. < 글 길진현 기자 사진 임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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