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선거 치를 안응모 내무장관(일요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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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명선거에 장관직 걸겠다”/민간참여 감시기구 구성 검토/현직이용 선거운동 용납 못해
91년은 30년만에 지자제가 부활되는 뜻깊은 해다.
지방자치는 주민들의 손으로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을 뽑게돼 주민의 정치참여기회가 많아지고 민의를 바탕으로 행정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새해 첫 일요일을 맞아 지자제선거를 치르게될 안응모 내무장관을 만나 정부의 방침과 대책을 들어본다.<편집자주>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자제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은 큰 기대를 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타락선거를 우려하는 소리도 높습니다. 선거주무장관으로 금년에 있을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어떻게 보십니까.
▲현실적으로 국민들이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정확히 모르고 있고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은듯해 안타깝습니다. 지방자치라는 것이 그 지방의 살림살이를 스스로의 힘으로 알뜰히 꾸민다는 뜻이기 때문에 중앙의 정치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지요.
이 때문에 지방자치제 선거는 그 지방의 살림에 가장 밝고 식견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아직 출마 희망자나 주민들 사이에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하면 세상이 달라지는 듯 착각하는 경우도 많아 걱정이지만 처음 다소간의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반드시 초기에 올바른 선거풍토를 정착시켜야 된다는 신념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자제에 대한 뚜렷한 정의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들을 계도·계몽하는 준비작업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신문·방송 등 매스컴에서 앞장서 지자제 캠페인을 시작해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지방자치제 조기실시를 주장해온 지방자치학회 등 학술단체의 학자·교수들이 시·군을 순회하며 입지자·주민·유지들을 만나 올바른 선거풍토 조성을 위해 앞장서겠다고 합니다. 공명선거 캠페인은 관보다 민간단체가 앞장서는게 좋기때문에 이들을 적극 후원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지방자치를 실시하게 되면 20년주기로 29회의 각종 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선거풍토로 보아 획기적인 개선이 없는한 엄청난 사회·경제적인 부작용이 우려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거의 모든 선거가 과열과 타락으로 얼룩져온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새로 시작하는 지자제선거만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공명선거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각오입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성패는 물론이고 국가의 흥망이 좌우된다는 생각에서 개인적으로는 공명선거를 치르는데 장관직을 걸 각오입니다.
­지금까지 법이 잘못돼 선거풍토가 타락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공명선거 여부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지키는 사람에게 달린 것이지요.
▲물론 그렇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너무 엄격한 선거운동방법의 제한,위법·불법행위에 대한 예방활동이나 의법조치 의지가 미약했던 점등이 공명선거 풍토를 확립하는데 장애요소였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지자제선거는 선관위·내무부·법무부·공보처·교육부 등 관련부서 합동으로 총력대응체제를 구축,결연한 의지를 갖고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지방에 따라서는 이미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사전 선거운동적 성격의 각종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신정 연휴기간중 전국에서 현수막 59명,벽도 3명,인사장 32명,달력 6명등 모두 1백명의 사전 선거운동 사례가 적발됐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선거일정이 구체화되면서 설날(구정)을 전후한 불법·타락의 소지가 더욱 많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사전선거운동의 예방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적발된 경우는 예외없이 고발조치할 것입니다. 특히 불법선거운동을 묵인·방치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시장·군수 등 일선 기관장도 엄중 문책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도 선거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리방침은 선거때 마다 되풀이됐지만 엄포에 그쳤다는 느낌입니다. 이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뒤처리가 흐지부지 되면서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풍조가 만연된 것 아닙니까.
▲올해의 지자제선거부터는 사뭇 다를 것입니다. 초기부터 불법행위에 대한 대대적 감시활동을 하기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감시기구의 구성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또 선거중은 물론 선거가 끝난 후라도 선거사범은 즉시 엄격한 조사로 반드시 제재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채증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별로 채증반을 별도로 설치·운용하겠습니다. 또 불법·탈법행위의 신고자에 대한 포상까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공무원의 선거개입 시비가 종종 있어 「관권선거」라는 말도 유행할 정도였습니다. 또 경찰력이나 행정력이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여당이나 여당성향후보 지원에 앞장서 말썽이 된적도 있지 않습니까.
▲최근 함평이나 태백·대구·음성등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등을 치렀지만 공무원의 선거개입문제가 말썽이 된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이젠 부당한 지시를 할 고위당직자도 없고 이를 받아들일 부하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그만큼 수준히 높아졌다고나 할까요.
­단체장 선거문제가 대두되면서 시장·군수 등 일선 공무원들이 장래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며 동요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일부 현직에 있는 도지사들이 출마를 염두에 두고 인사장을 돌려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내년에 단체장 선거가 실시될 경우 해당자는 2백75명 쯤입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조금도 손해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단체장은 직선으로 하더라도 부단체장은 임명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 현직에 있는 단체장들이 직선에 입후보하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만 선거운동은 반드시 현직을 떠난후에 해야할 것입니다. 현직을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다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올해의 지방의원선거가 공명정대하게 치러지면 단체장 선거도 자연히 잘 될 것으로 봅니다.
­지자제를 위한 행정적인 준비는 얼마나 되고 있습니까. 지방의 재정자립도 중요하고 중앙정부와 시·도,시·군·구간의 권한이양문제등이 뒤따라야 하지 않습니까.
▲이미 타부처와 협조해 국가사무중 1백47건을 지방에 이양했고 시·도사무중 3백82건을 시·군·구에 위임했습니다. 또 지자제를 위해 86년부터 90년까지 2백33개지역을 경계조정했고 93개지역은 직할시·시군구·읍면동의 행정기관을 설치했습니다.
지방재정은 지방의 자체세입기반이 허약한 점과 자치단체간의 재정력격차등 두가지가 문제입니다. 이것은 국가와 지방간의 합리적 재원배분과 지방의 자체수입증대로 해결해야 합니다. 이미 담배소비에 1조3천억원 규모를 지방세로 이양했고 올해부터 총2천억원 규모의 지방양여금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방재정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에 국세중 지방세 성격의 것은 과감히 이양하는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선거때가 되면 행정력이 이완돼 단속등이 느슨해지고 불법·탈법을 묵인해주는 경우도 많지 않았습니까.
▲과거에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민생치안·법질서 확립과 공명선거는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바로 이 두가지가 금년도 내무행정의 당면과제이므로 저의 모든 것을 걸고 전력을 다하겠습니다.<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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