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야권 「소통합」 기미/민주당­민연 한살림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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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자제선거 대비 「세확대 필요」 공감/수순이견·평민태도 등 변수도 많아
이부영·고영구·제정구씨 등 이른바 재야의 민주연합그룹이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 3당에 비상정치협상회의 구성을 제의했다.
이들은 이를 전향적으로 고려하는 정당과 정치적 결합을 고려하겠다고 제의하고 민주당이 이에 호응할 움직임을 보여 민주당­민주연합간의 야권 「소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연합파(민연) 인사들은 이날 「새 정치와 개혁을 위한 민주연합의 제안」이라는 회견에서 지방의회선거를 앞두고 민자당에 대응할 세력의 대결합을 제안하고 야 3당이 당을 해체하고 기득권을 포기,공동대응책을 모색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의 급작스러운 회견과 제안은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제2창당작업」을 꾸준히 벌여온 민주당과의 막후협상과 교감끝에 이뤄진 것으로 민연과 민주당의 통합 전단계 포석으로 봐야할 것 같다.
이에 따라 민주당도 곧 민연의 모든 주장을 원칙적으로 수용하는 당내절차를 밟을 예정이어서 신야당의 탄생 가능성 여부가 주목된다.
야권은 지난해 평민­민주­통추회의(민연포함) 3자간 대통합운동이 4개월간의 지루한 협상끝에 실패를 보게되자 친DJ(김대중 평민당총재) 계열과 비DJ 진영으로 분명히 갈라져 각각의 통합운동을 벌여 왔다.
평민당은 최근 영남인사와 재야의 비판적 지지론자들을 상대로 범민주수권정당의 신당창당을 시도하는 이른바 「평민당 확대강화론」을 구상했다 여의치않자 지자제선거 뒤로 미뤘다.
민주당도 지난해 11월17일 야권통합 실패책임을 지고 이기택 총재가 사퇴하고 ▲신정치질서운동 ▲두김씨(김대중·김영삼) 퇴진 ▲당체질강화 등을 통한 「제2창당」을 모색하면서 민연그룹의 비DJ 재야와 고흥문·이중재·양순식·유제연씨 등 구 야당지도자들과 두갈래로 통합과 영입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고흥문씨등은 영입교섭에 대해 『좀더 관망해 보겠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4일 밤 이기택 전총재,김현규 총재직무대행 등 총재단·의원 12인 연석회의를 열어 소통합의 중간결과를 점검하고 입장정리를 했다.
회의는 ▲원로정치인과 재야 일부의 영입을 통해 반민자당세력 결집에 노력하고 ▲이를 위해 민주당은 「발전적 해체」도 고려하며 ▲고흥문씨등의 영입을 위해 이 전총재·김대행·조순형 부총재 3인이 적극 나선다는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민연과의 결합방식에 대해서 교섭창구인 이철·노무현·김정길의원 등 통합파가 법적·정치적 완전해체→신야당창당 수순을 주장한데 반해 김대행 홍사덕 부총재,김광일·장석화의원 등은 지자제준비의 어려움등을 들어 정치적 해체만을 하자고 맞서 이견이 있었다.
양쪽의 통합파들은 21일 있을 민주당의 임시전당대회 전까지 통합준비작업을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인데 그 골격은 ▲집단지도체제 ▲조직강화특위 구성→70개 지구당위원장 개편 및 신지구당 창당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과 민연이 소통합작업을 이같이 서두른데에는 그들이 처한 정치적 입장이 크게 흔들리는 위기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은 지난해 야권통합과정에서 김대중 총재의 수완에 말려 당이 지리멸렬상태에 들어가고 등원거부 투쟁에서도 민자­평민 양당구도로 낭패만 당했다.
이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된 「8인8색」의 분열현상은 반민자­비평민의 잠재적 민주당 지지자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고 이 전총재의 사퇴가 그나마의 구심점을 실종시켜 버렸다.
지자제선거를 앞둔 민주당 당직자 및 의원들의 위기의식은 당의 생존을 걱정할 정도에까지 이르게 돼 4일의 「심야회의」는 예상을 뒤엎고(?) 큰 논란없이 의견접근을 보게된 것이다.
민연의 경우도 자체의 대중동원 능력없이 통추회의에 얹혀 민자­평민당의 통합운동을 조정하다 양당에 의해 오히려 공중분해돼 버린 상태.
이들은 또한 DJ비판적 지지론과 반DJ 독자정당론(민중당)으로 갈려있는 재야운동권에서 어떤 입장도 명확히 선택하지 못한채 부초처럼 떠다니는 「기회주의」라고 양측의 비난을 받아왔다.
민연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독자적인 정치적 영역을 확보해야할 판에 몰려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민연의 소통합 움직임이 순탄치만은 않다.
민연은 선민주당 해체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안에서는 그나마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움직임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당권 재진입을 노리는 이기택 전총재,이를 견제하는 박찬종 부총재·노무현의원 등 통합3인방,기득권을 주장하는 원외지구당위원장 등의 이해가 서로 다르게 표출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여기에 김대중 총재쪽에서 소통합을 교란시키는 범야 신당추진등의 역대응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
민주당과 민연이 공동의 위기 때문에 소통합을 이룰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정치판의 물갈이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는지 여부는 이들이 결집할 수 있는 야권세력의 크기에 달려있다고 봐야할 것이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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