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린우리당 변하더라도 창당정신은 이어나가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이 당의 존폐를 걸고 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얼굴) 전 의장이 논쟁에 가세했다. 그간 신당 논의는 신당파를 대표해 김근태 당 의장이 주도했다. 노 대통령과 거친 공방도 주고받았다. 김 의장이 이끄는 비상대책위는 최근 소속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정계 개편 방향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해외 순방 중인 노 대통령이 13일 귀국한 직후 의원총회에 보고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당내에선 소속 의원 139명 중 100여 명이 통합 신당파로 분류된다. 그래서 설문조사는 신당파의 대세 굳히기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나 친노파는 '신당=지역당'이라며 반발했다. 친노파는 '전국 당원대회'를 열어 세(勢)를 불리는 한편 참정연.의정연구센터 등 '당 사수'를 주장하는 세력 간 연대 활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참정연의 리더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의정연구센터는 노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이광재.서갑원 의원이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의장과 같은 입장(통합 신당파)으로 분류되던 정 전 의장이 8일간의 미국 방문을 끝내고 돌아온 3일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최근 당.청 간 대립 양상을 두고 "당과 대통령이 서로 충돌하는 양상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의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비대위에 대해 "현 비대위가 비상기구가 아니라 평상기구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계 개편의 방향은.

"당이 변화하더라도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 개혁이라는 창당정신은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향후 정계 개편의 이념적 노선은.

"당의 절대다수는 중도세력이다. 한나라당보다 더 보수적이고 민주노동당보다 더 진보적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당에 부담이 된다. 진보적 중도노선으로 정리될 필요가 있다. 온건한 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반미를 지향하는 정당이 돼선 안 된다."

-노 대통령은 신당에 반대한다고 했다.

"대통령 발언도 지역주의 타파 등 창당정신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결국은 같은 얘기다."

그는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이다. 그의 가세로 정계 개편 논의가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 신당파 vs 친노파=친노파는 이날 비대위의 설문조사 방침에 반발했다. 친노 직계인 이화영 의원은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있는 사이 의원 몇 명이 만든 설문조사로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밀실 꼼수"라며 "당의 운명이 4지선다형으로 정해지느냐"고 비판했다. 이처럼 신당파와 친노파의 갈등이 가팔라지면서 당내엔 '두 계파가 어떻게 이별할 것인가'하는 얘기들이 분분하다. 결별에 앞서 전에 정리되어야 할 '4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신당 논의 과정에서 김 의장과 정 전 의장 계파가 보조를 맞추기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신용호.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