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으로 … 미모로 … 체스판의 여왕 1·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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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하 아시안게임에 처음 채택된 체스에 세 여성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

◆ 체스의 미셸 위 코네루 험피(인도.19)=남자에게 맞서 세계 최고수가 되겠다는 야심이 있는 체스 천재 소녀다. 체스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 최고 선수였던 아버지 코네루 아쇼쿠는 딸을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기 위해 이름을 험피로 지어줬다. 험피는 인도말로 챔피언이란 뜻이다. 코네루는 "말을 배우자마자 체스를 했고 6세 때 어머니를, 12세 때 아버지를 이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교육열 높기로 유명한 인도에서도 코네루 가족은 유별났다. TV 대신 컴퓨터를 살 정도로 딸의 체스 교육에 열성이었다. 소녀 대회와 주니어 대회를 휩쓴 그는 17세이던 2004년 남자 그랜드마스터를 땄다. 현재 여자 세계랭킹 2위. 코네루는 "체스가 근육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회에 나가면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체력이 중요하다"며 "남자 대회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매일 배드민턴과 조깅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고 했다.

◆ 드라마 여주인공 주첸(카타르.30)=중국에서 체스 천재로 촉망받다 돌연 카타르 남자와 결혼, 센세이션을 일으킨 선수다. 체스 대회에서 만난 남편 모하마드 알메다이흐키와는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했다.

주첸도 코네루처럼 어린이.주니어 세계대회를 휩쓸었다. 체스의 발원지는 인도가 아니라 중국이라 주장하는 중국에서 나온 첫 챔피언이기 때문에 중국에서 꽤 유명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중국의 기자 10여 명이 그를 쫓아다니며 일거수 일투족을 취재했다.

주첸은 카타르에서 더 유명하다. 그가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메달을 열렬히 원하는 주최국 카타르에서 아시안게임 체스를 도입했다. 스포츠냐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 체스가 아시안게임에 채택된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주첸은 "코네루가 월드랭킹에서는 앞서고 남자들과 경기를 잘하지만 상대 전적은 내가 더 낫다"고 한다.

◆ 여왕 자라닷 샤디아(팔레스타인.20)=실력은 그저 그렇지만 빼어난 미모로 남자 팬이 많다. 팔레스타인의 비르자이트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기도 하다. 샤디아는 "외모 때문인지 팔레스타인에서 꽤 인기가 있는 편"이라고 우쭐해했다. 그는 또 "정치는 체스와 관계없지만 국내 정세가 어지럽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어려워 체스 선수들끼리 교류가 쉽지 않아 훈련에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는 "학업과 체스 두 가지 모두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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