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3년 묵은 샴페인' 터뜨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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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11분 전남의 첫 골을 성공시킨 송정현이 무릎을 꿇고 두 팔을 쳐들어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뉴시스]

전남 드래곤즈가 3년 묵은 샴페인을 터뜨렸다. 전남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협회(FA)컵 결승전에서 수원 삼성에 2-0 승리를 거두며 프로와 아마추어가 모두 참가해 가린 한국 축구의 왕중왕에 올랐다. 2003년 FA컵 결승전에서 전북 현대에 패하며 묻어뒀던 샴페인(본지 11월 30일자 27면 보도)은 이날 하늘 높이 거품을 뿜어 올렸다. 전남은 우승 상금 2억원과 함께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허정무 전남 감독은 1997년 전남 사령탑으로 FA컵 정상에 오른 데 이어 FA컵 사상 최초로 두 번 우승을 일군 감독이 됐다.

경기 전 허 감독은 "선취골이 우승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며 수비 위주의 경기를 전망했다. 예상대로 올 시즌 무관에 그친 두 팀은 마지막 남은 패권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강한 압박으로 중원과 수비를 단단히 했다.

하지만 곧 분위기는 전남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달 8일 FA컵 4강전을 끝으로 한 달 가까이 쉬어서인지 전남 선수들의 플레이에는 활기가 넘쳤다. 반면 일주일 전 성남 일화에 정규리그 챔피언 트로피를 내준 수원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수원은 7월 15일 경남전 이후 오랜만에 나선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으로 전반을 무실점으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균형은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11분 박종우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엔드라인까지 치고 들어가다가 중앙으로 내줬고 이를 달려들던 송정현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공은 수원 수비수 마토를 맞고 방향이 바뀌며 골대 안으로 굴러갔다.

수원은 송종국 대신 투입한 이현진의 스피드 있는 돌파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고 몇 차례 득점 기회를 맞았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후반 40분, 교체 투입된 전남 산드로 히로시가 수원 수비수 두 명을 달고 골대 바로 옆까지 진격해 들어가 중앙으로 내줬고, 기다리고 있던 김태수가 쐐기골로 연결했다. 승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챔피언결정전과 FA컵 결승에 동시에 오르며 사상 초유의 '더블 크라운'을 노렸던 수원은 챔피언결정전 2패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또다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편 전남 구단은 모그룹인 포스코 이구택 회장의 지시에 따라 허 감독과 재계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계약 기간과 연봉은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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