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기자의뒤적뒤적] 논술을 어찌하랴 발 동동? 가슴 답답증 치료해 볼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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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그러니까, 논술이 희망이다

송효섭 지음, 기파랑

이번엔 학부모들을 위한 책입니다. 학부모치고 논술 때문에 한 번쯤 고민해 보지 않은 분들이 있을까요? 논술이 뭔지, 어떻게 준비시켜야 하는지 등등 말입니다. 이제 막 수능을 끝낸 수험생들이나 그 부모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대학입시에 들어가려면 '작전'이 필요한 실정인데 논술의 비중이 갈수록 커진다니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지방의 고3생들은 논술 명강사들을 찾아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웃지 못할 현상도 빚어집니다. 논술 관련 각종 비법을 담은 책들도 쏟아집니다. 한편에선 출제 교수라 해도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란 비아냥도 나옵니다. 유능하고 열성적인 교육마마들은 대학의 출제위원이 정해지면 논술강사로 활동하는 그 제자들을 수소문해 아이들에게 족집게 과외를 받게 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돕니다. 또 대학에서 채점은 제대로 하는지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책은 '논술의 희망'이 아닌 '논술이 희망'이란 제목에서 드러나듯 논술 비법서는 아닙니다. 지은이는 서강대 국문과 교수입니다. 10여 년간 논술 출제와 채점은 물론, 일선 교사들에게 논술교육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논술이란 무엇인지, 왜 실시하는지 등 논술에 관한 이해를 돕는 내용입니다.

물론 논술을 어떻게 채점하는지, 무슨 의도로 출제하며 좋은 논술답안은 어떤 것인지도 조근조근 들려줍니다. 한국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같은 거대 담론에 관심 없으면 제3장 '어떻게 출제되는가'부터 읽으면 됩니다. 그럴 여유가 없다면 마지막 장 '어떻게 (논술을) 가르칠 것인가'만 읽어도 됩니다. '통합논술이라 겁낼 것 없다', '논술은 모두 통합이다' '교과서 단원 끝마다 붙어 있는 '익힘''알아보기'만 학생 스스로 궁리해 봐도 논술 준비로 충분하다' 이런 주장을 폅니다.

발등에 불 떨어진 마당에 무슨 한가한 소리인가 싶은 이들에겐 국내외 기출문제를 실전처럼 풀이한 부록 '논술,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쓴다'가 어느 정도 도움은 되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막막한 수험생들을 위해 대학이 채점 기준과 방식, 그리고 고득점 답안과 불합격 답안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학교 선생님이나 학생들의 논술 준비 부담을 덜어줄 수도 있고 나아가 이른바 명 논술강사들이 과연 제값을 하는지도 알려주는 효과도 있어 논술 사교육시장의 열기를 식힐 수 있으리란 생각에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의미 있는 시도로 읽힙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습니다. 그래도 방향을 확실히 잡아야겠지요. 미리 차근차근 논술을 준비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은 영양제 같은 구실을 하지 싶습니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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