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콩나물·계란 많이 먹으면, 야한 영화 자주 보면 빨리 한다?초·경·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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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국걸스카우트연맹 주최로 경기도 한내초등학교에서 열린 ''우리 가족의 축제! 소녀에서 여성으로''행사 모습. 어린이들이 생리통 완화체조를 배우고 있다. [사진=안성식기자]/td>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아인데요, 가슴이 아프다고 해서 소아과에 가니 몽우리가 잡혔다네요. 이러다 금세 가슴 나오고 초경 시작될까 두려워
요."

"제 큰아이가 초등 4학년인데 얼마 전 생리를 시작했어요. 일단 축하는 해줬지만 맘이 답답하더군요. 이 어린것이 어찌 …."

육아사이트 '해오름'에 올라온 엄마들의 고민이다. 이제 생리를 불결하고 부끄러운 일로 치부하는 시대는 아니다.

첫 생리를 한 딸에게 아빠가 축하편지를 보내고 파티까지 열어주는 게 트렌드일 정도다.

그런데도 딸의 초경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엄마들이 상당수다.

"○○학교 2학년생이 생리를 시작해, 엄마가 생리 뒤처리 때문에 쉬는 시간마다 학교에 간다더라"는 말이 괴담처럼 떠돈다.

걱정 없는 초경맞이를 위한 정보들을 모아본다.

#속설, 대부분 사실무근

엄마들은 공통적으로 딸의 이른 초경을 두려워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초경이 시작되면 2년 내에 성장판이 닫혀 키가 크지 않는다는 사실과 번거로운 뒤처리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래서 초경과 관련된 갖은 속설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콩나물과 계란에는 성장촉진제가 많이 들어있어 많이 섭취하는 아이들이 초경을 일찍 한다 ▶몸무게가 35㎏(40㎏이라는 동네도 있다)이 넘으면 성호르몬이 분비돼 생리를 시작한다 ▶'야한'사진이나 비디오를 자주 접하면 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져 생리를 빨리 한다 등이다.

하지만 이들 속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 무근'이라는 반응이다. 강남차병원 '소녀들의 산부인과' 박희진 교수는 "요즘 아이들의 초경 시기는 초등6~중1이 가장 많다"며 "10년 전에 비해 6개월 정도 앞당겨졌을 뿐이므로 이른 초경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콩나물과 계란에 성장촉진제를 쓴다 하더라도 이는 성호르몬이 아니기 때문에 초경을 빨리 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성욕을 느껴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성호르몬이 분비됨에 따라 성욕을 느끼는 것이므로 성인용 비디오가 아이의 2차 성징을 앞당기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몸무게의 기준을 35㎏이나 40㎏으로 못 박을 수는 없지만 비만은 이른 초경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사춘기클리닉 최두석 교수는 "체지방률이 17%는 돼야 뇌하수체가 자극을 받아 초경을 시작한다"며 "운동을 안 하고 많이 누워있는 아이,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가 초경을 빨리한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아이에게 2차 성징의 기미가 보이면 시작되는 '키 안 크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대해서도 최 교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경 직전에 급속히 자라고, 초경 이후에도 1~2년은 더 자란다"며 "아이의 키는 유전과 환경 등 복합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초경 시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아이의 가슴에 몽우리가 빨리 잡혔다고 반드시 초경을 빨리 하는 것도 아니다. 젖몽우리가 생겼다가 사라졌다 하면서 정체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젖몽우리가 잡히면서 곧바로 유방의 발육이 쑥쑥 진행되기도 하는 등 아이의 성장발달 양상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병적으로 빠른 초경도 있다. 만 8세 이전에 초경을 시작하면 병원에서는 이를 '성조숙증'으로 진단하고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치료를 한다.

# 걱정보다 준비를

아이가 초경을 시작하면 본격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초경을 했다는 것은 '여성'이 됐다는 뜻이고, 임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호기심 차원에서 슬쩍슬쩍 친구들에게 얻어듣는 성지식이 아닌 올바른 성지식을 습득하도록 부모가 신경 써야 한다.

초경기 소녀와 부모를 대상으로 '우리 가족의 축제! 소녀에서 여성으로'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은 아이에게 여성의 몸에 대해 설명해주는 방법으로 '생리 주기 팔찌 만들기'를 권했다. '생리 주기 팔찌'는 생리 시작일부터 다음달 생리 시작일까지의 순환주기 속에 있는 배란일과 가임 기간.생리 예정일을 구슬로 꿰어 만드는 것이다. 생리 주기가 30일이라면 구슬 30개를 사용한다. 생리 시작일에는 작은 꽃구슬을, 생리 시작일 14일 전에는 큰 꽃구슬을 배치해 배란일을 표시한다. 배란일 전 사흘 동안과 배란일 다음날은 보라색 구슬을 사용해 표시한다. 이는 몸 안에서 정자가 살 수 있는 기간 3일과 난자의 수명1일을 의미한다. 배란일의 오차를 감안해 배란일 앞뒤로 보라색 구슬을 2개씩 추가한다.보라색 구슬은 성관계 시 임신 가능한 날을 의미한다. 그 외의 기간엔 파란 구슬을 배열하고 순서대로 실에 꿰어 마무리한다.

생리 주기 팔찌를 만들면서 임신이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인 지식을 전할 수 있다. 물론 월경주기 팔찌가 피임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사실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생리 주기는 심리적.환경적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어서다.

아직 피부가 여린 아이들인 만큼 집에서라도 천 생리대를 사용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다. 부드러운 융과 타월을 이용해 만든다.

생리통을 더는 방법도 알려준다.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엉덩이를 위로 올린 채 엎드려 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요가 동작 중 메뚜기.코브라.나비 자세가 생리통 완화에 효과가 있다.

이지영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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