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영양] 식품 라이벌 열전 ⑦ 닭고기와 오리고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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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vs 오리고기'. 둘 다 전형적인 보양식품이다. 가금육의 대표 주자다.
요즘 우리 국민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전염병인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면 닭(칠면조 포함)은 80% 이상 죽는데 반해 오리는 대부분 멀쩡하게 살아남는다.

우리 국민이 더 많이 먹기로는 닭고기다. 닭고기의 연간 1인당 섭취량은 8㎏(2005년). 돼지고기 다음으로 한국인이 즐기는 고기다. 오리고기는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평균 0.7㎏씩 먹는다. 섭취량을 기준으로 매긴 오리고기의 순위는 4위(쇠고기가 3위)다.

우리 선조가 먹기 시작한 시기는 닭고기가 훨씬 빠르다. 농촌진흥청 축산물이용과 최현석 박사는 "경주 천마총에서 발견된 계란 껍질을 방사선 연대 측정한 결과 340년 무렵에도 한반도에서 닭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집오리가 중국에서 처음 수입된 것은 1940년대"라고 말했다. 맛은 닭고기가 더 담백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론 '오리고기가 연하고 부드러워 맛이 더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청나라의 미식가 서태후는 오리찜요리를 가장 좋아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중국·동남아는 물론 미국.유럽연합(EU)에서도 오리고기는 별미의 고급 요리로 통한다. '고소한' 지방 맛도 오리고기 맛의 비결 중 하나일 것이다. 오리고기의 100g당 지방 함량은 27.6g으로 닭고기(10.6g)의 두 배 이상이다.

닭고기와 오리고기의 지방은 다행히 껍질에 몰려 있다. 껍질을 벗긴 닭 가슴살의 100g 지방 함량은 0.4g에 불과하다. 오리고기도 껍질을 벗기면 지방 함량(100g당 8.1g)이 대폭 낮아진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전체 지방 중에서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다. 기름진 음식을 즐기는 중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이 낮은 것은 가금육의 불포화지방 덕분이라는 말도 있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전체 지방 중 불포화지방의 비율이 높은 지방=혈관 건강에 유익한 지방"이며 "닭고기(70%).오리고기(70%)의 불포화지방 비율은 돼지고기(60%).쇠고기(50%)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 중이라면 오리고기보다 닭고기가 낫다. 오리고기의 100g당 열량이 318㎉(날것)로 닭고기(180㎉)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체중을 생각한다면 껍질을 벗기고 먹어야 한다. 껍질을 벗긴 닭 살코기와 가슴살, 오리 살코기의 열량(100g당)은 각각 115㎉.102㎉.151㎉로 껍질을 벗기지 않았을 때의 절반 수준에 그쳐서다.

강원대 동물식품응용과학과 이성기 교수는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고단백 식품"이며 "근육.기관.피부.모발.효소 등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단백질 함량(100g당 16~18g) 면에선 둘 간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콜레스테롤 함량(100g당 89~94㎎)도 서로 비슷하다.

그러나 비타민 B군과 철분 함량에 있어선 오리고기가 확실한 우세다. 오리고기의 비타민 B1(정신 건강에 유익)과 B2(스트레스 완화) 함량은 닭고기의 두 배, 철분(빈혈 예방.혈색 개선) 함량은 닭고기의 세 배다.

닭을 산란계(알 생산).육계(닭고기 생산).난육 겸용계(알.고기를 함께 생산)로 분류하듯 오리도 알.고기를 얻는 품종이 따로 있다.우리가 흔히 먹는 닭고기는 보통 생후 35일 된 닭(1㎏)에서, 오리고기는 42~45일(2㎏)된 오리에서 얻어진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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