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관리 이렇게 바뀐다/분기별로 목표세워 조절(경제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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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축적 운영으로 융통성은 커져/선거앞둔 개편에 일부선 부정적
돈이 시중에 너무 많이 풀려 있으면 물가를 자극하고 부족하면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따라서 통화관리의 목표는 자금의 과부족이 없도록 돈의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올해부터 이같은 수위조절방식이 바뀐다.
지난해는 연간평잔 기준으로 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다시 월별 목표로 나누어 매일매일 돈의 들고남을 관리하는 방식을 썼다. 목표수치가 세밀하게 정해져 있는만큼 통화운용도 정해놓은 틀에서 빡빡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올해부터는 연말목표만 세워두고 월별 목표대신 분기별 목표를 정해 관리해 나간다.
통화당국입장에서는 그만큼 통화운용의 융통성이 커진 셈이다.
작년에는 연간목표(15∼19%)를 지키기 위해 매월 통화수위를 지켜봤으나 앞으로는 매분기의 말월인 3,6,9,12월의 평잔증가율을 17∼19%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거꾸로 말하면 분기 말월이 아닌 달은 19%를 넘어서도 연말목표를 지키는데 큰 지장이 없는한 작년처럼 무리하게 돈줄을 죄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같이 통화관리방식을 바꾼데 대해 한은은 『과거의 연간 평잔비교방식은 특정시기에 돈이 많이 풀리면 연간목표를 지키기 위해 다른때 무리하게 돈줄을 죄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연말,분기말월의 목표를 지키면서 신축적으로 통화를 운용함으로써 통화당국도 편하고 기업등 자금의 실수요자도 필요할때 돈을 쓸 수 있는 「누이좋고 매부좋은」 통화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통화당국의 이같은 뜻은 일단 수긍이 간다.
작년의 경우 왜곡된 통화구조 때문에 총통화공급 규모가 2월에는 전년동기보다 3천억원이 감소했으나 총통화증가율은 24.4%로 나타났고 12월에는 3조9천억원이 풀려도 증가율은 19%밖에 안됐다.
강밑바닥이 고르지 못하니 수면은 평평해도 수위는 측정지점에 따라 제멋대로였던 셈이다. 그러다보니 강바닥이 얕은데 가면 「돈가뭄」으로 저마다 비명이 나왔다.
그러나 통화수위를 재는 잣대가 너무 자주 바뀌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올해 12월 평잔증가율을 19%로 유지할 경우 총통화공급 규모는 평잔기준으로 작년의 10조5천억원에서 13조원으로 23.8% 늘어난다.
1·4분기에는 작년동기의 2조9백67억원에서 3조원으로 43%나 증가할 전망이다.
그나마 이는 금융산업 개편에 따른 총통화수요 증가부분을 뺀 것이다.
총통화증가율 억제목표의 기준은 84년 이전에는 12월말의 잔액(말잔),84∼87년은 12월 평잔,88∼90년은 연중평잔이었다.
올해는 87년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여기에 분기개념이 추가된 것이다.
88년부터 12월 평잔이 연중평잔으로 바뀐 것은 87년 12월 선거로 전년동기보다 3배나 많은 1조5천억원이 한꺼번에 풀리자 이를 뒷수습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통화관리방식은 우연일지 몰라도 선거를 앞두고 개편되었다.
이 때문에 한은내에서도 『물가안정의 의지가 중요하지 기술적인 통화운용방식의 개편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새해에는 이래저래 돈이 많이 풀릴 것 같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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