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속에 달아오르는 지자제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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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3월로 예정된 지방의회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여야 모두 다음 총선에서의 승리를 이 한판의 싸움으로 가늠하겠다는 각오로 지자제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기운데 출마 희망자들은 나름대로 얼굴 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부사락」이니, 경비10억 원 소요 설 등이 무성하게 나돌아 자칫 타락선거 조짐마저 보이고있다. 내 손으로 뽑은 대표자들을 통해 내 고장의 일을 처리한다는 지자제 실시에 주민들의 기대감도 한껏 커졌다.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던 사람들은 이제야 구태의연한 정치판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풀뿌리를 잘 키워갈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방 행정관서는 모두 지방의회 건물을 마련하랴, 규칙·조례 등을 정비하랴 눈코 뜰 새 없이 준비에 한창이다. 지방시대를 맞아 각 지방의 준비상황, 지방의회를 향해 달리는 지역인사들의 움직임 등을 총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인쇄업자 즐거운 비명>

<선거열풍>
연말에 인쇄업자들은 밀려드는 일감에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어느 해보다 많은 각종 연하장과 개인홍보물의 인쇄주문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전국의 우체국 창구도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우편물을 처리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방의회를 향해 뛰는 사무실에는 겨울추위를 전혀 느낄 수 없다.
공공연히 출마의사를 밝히고 뛰는 사람들은 사무실까지 마련, 선거채비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드러내놓고 출마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의회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주민들에게 얼굴 익히기를 하느라 분주하기만 하다.
대체로 나돌고 있는 얘기로는 광역의회의 경쟁률은 4대1,기초의회는 2∼3대1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청주의 모 출마희망자는 일찍부터 자기지역에 있는 아파트마다 조직책임자를 지목, 조직관리비를 뿌리고 있고 점포나 개업 집 등을 찾아다니며 거울 등 각종선물을 나눠주느라 얼굴 알리기에 벌써 2억 여 원을 썼다는 소문이 났다.
대구나 제주 등지에서는 심지어「5부4낙」이니「기초5억·광역10억」이니 하는 예측까지 공공연히 나돈다.
연말연시 동창회·향우회에는 음식이 유난히 풍성하게 차러지고 경로당 노인들도 심심찮게 찾아오는 처음 보는 사람들의 선심공세로 모처럼 노인대접을 받고있다.
연초 관광여행객모집도 부쩍 늘었는가 하면 일부지역에선『관광버스를 지원해달라』『모임에 찬조금을 보내달라』는 주민들마저 늘어나 자칫 분위기가 타락으로 흐를 우려마저 낳고있다.

<경기도 7백6건 손질>

<법규·조례정비>
지자제실시로 크게 달라지는 것들 중의 하나가 중앙행정기관권한의 대폭적인 지방자치단체 이양이다. 이를 위해 각지방 자치단체는 서둘러 법규·조례정비를 끝냈다.
경기도의 경우 87년5월 지방자치기획단을 구성, 지금까지 조례3백94건·규칙3백12건 등 7백6건의 자치관계조례·규칙을 개정·정비했으며 인천시 역시「구청위치에 관한 조례」등 자치관련법령정비에 따른 내용정비 30건을 포함해 조례1백88종·규칙 1백24종을 손질했다.
강원도는 지역전산본부설치운영조례 등 39건의 조례를 제정하고 지방공무원 예비조례 등 1백70건은 개정했으며 2백29건의 규칙을 정비했다.
충남은 자치법규 1백1종을, 충북은 기 구직 제·보건환경·행정구역조정 등 8백13건의 자치조례·규칙을 정비했거나 개정을 서두르고있다.
전북도 조례 4백35건을 3백8건으로 축소 정비했고 규칙은 3백97건을 1백76건으로 통합 조정했다.

<의회 새로 짓거나 보수>

<청사·예산확보>
광역 및 기초의회 2백75개의 각 지방자치단체는 의회청사를 새로 짓거나 기존건물 개·보수에 한창이다.
지방의회 선거비용과 의정활동에 대비, 각 지방은 실정에 맞는 지방의회운영비를 올 예산에 반영시켜 놓고있다.
광주시의 경우 시본 청은 3백96평, 북구청은 2백18평 규모의 의회청사용 건물을 마련했고 서구청은 1백90평 짜리 새 건물을 지었다.
전남도는 15억5천5백만원을 들여 지하1층 지상5층 연 건평 8백48평 규모의 의회청사를 지난해 11월9일 완공했다.
전북도도 각시·군의회 사무실을 내무부 기준에 맞춰1백50평에서 2백50평 규모로 확보해놓았다.
지자제선거나 의회운영을 위해 경기도는 도본 청 54억4천2백 만원, 각 시·군1백8억8백만원등 1백62억5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88년5월부터 자치구제가 실시된 인천시도 자치구예산으로 모두 1천7백13억7천만 원을 편성해 준비를 끝내 놓고있다.
대구시 역시 올해 예산 중 의회선거비용 19억3천6백만원·의회청사관리비 28억5천9백만원등 47억9천5백만원을 순수한 지자체 대비예산으로 확정했다.
경남도도 선거 비 27억9천6백 만원, 의회운영비 1백1억5천만원, 의회청사 건립 비66억2천만원등 모두 2백억3백 만원 규모의 지자제예산을 마련해놓았다.

<업무도 자치구로 넘겨>

<직제 개선>
인천시는 종전「60과2백 계4보건소」이던 기구를 「8구6실81과3백15계6보건소3출장소」로 확대 보강했다.
직원정원도 2천7백26명에서 3천9백64명으로 1천2백68명을 늘렸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공동어업 규정인가·비료판매업증명·시내버스 및 택시 운송사업계획변경인가 등 지금까지 본 청이 갖고있던 4백9종의 업무를 자치구로 넘겨주었다.
경기도도 인구50만명이상 되는 시에 37종 49건의 권한을 위임하고 42종 65건의 중앙수임권한과 58종 1백 건의 도 고유권한을 기타 시·군에 넘겨주는 한편 4백3종의 중앙정부권한을 위임해 줄 것을 중앙에 건의했다.
경남도 역시 인·허가 업무나 시민생활과 직결되는 각종 민원형 대 업무 2백43건을 시·군으로 이양했고 강원도도 고유업무 69건과 54건의 중앙위임권한을 시·군에 넘기고44개 분야 65계 인원 2백75명을 보강했다.
경북도는 시·군 자치기획단소속 공무원7명을 일본에 보내 지방의회조직시설·운영실태 등을 연구하도록 했으며 부산시는 총괄 선거 반·운영준비 반·재정대책 반·시설 반으로 구성된 의회구성준비 단을 발족시켜 의회구성이 끝날 때까지 3단계로 업무를 추진하기로 했다. <지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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