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표문엔 없는데…中 "尹, 하나의 중국 원칙 견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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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리창(왼쪽) 중국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리창(왼쪽) 중국 총리가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중 양자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26일 중국 총리로 8년 7개월 만에 한국을 방문한 리창(李强) 총리가 “신뢰하는 이웃, 성취의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과 북한 문제를 직접 언급하는 대신에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하자”며 1.5트랙 대화 메커니즘 재개 등 합의 사항을 강조하면서 한·중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사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상호 존중, 개방과 포용, 호혜 상생을 견지해야 한다”며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한 우려(關切)를 존중하며 서로 신뢰하는 좋은 이웃과 서로를 성취시키는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핵심이익’은 중국이 대만 문제를 일컬을 때 쓰는 표현이다. ‘중대 우려’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까지 포함한 표현일 수 있다.

다만 중국 측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대만 문제를 다시 강조했다. 신화사는 “윤 대통령이 한국 측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 측 발표에는 없는 내용이다. 또 주한 중국 대사관이 배포한 비공식 국문 번역본에도 이런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 측이 국내 여론 등을 의식, 윤 대통령이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중국은 경제 협력을 특히 강조했다. 리 총리는 “중·한 양국은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되어 경제무역 협력이 튼튼한 기반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경제무역 문제의 과도한 정치화와 안보화를 반대하며 양국 및 글로벌 산업망, 공급망 안정과 원활한 흐름을 수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조속히 추진하며 신에너지, 인공지능(AI), 바이오·메디컬 등 협력 강화도 강조했다. 경제 장관 회의와 산업투자 협력, 공급망 협력, 수출 통제 대화 등 소통 메커니즘의 역할을 발휘하자는 데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중국 측은 밝혔다.

중국 측이 언급한 경제무역 문제의 정치화와 안보화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안보 분야의 대중 압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이에 동참하는 가운데 한·중 간 산업망과 공급망이 “깊이 융합”돼 있다고 언급한 점 역시 눈에 띈다. 대중 견제망에서 한국을 견인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안보 분야에서 적지 않은 합의 사항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외교부문에서 고위급 전략대화, 차관급 외교안보 2+2 대화를 적당한 시간에 거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6월 중순으로 고위급 전략대화 첫 회의 시점을 밝힌 것과 달리 중국은 “적당한 시간”으로만 언급, 실제 개최 여부까지 일정 조율을 두고 밀고당기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중은 또 1.5트랙 대화 교류 메커니즘 가동, 한·중 FTA 2단계 담판의 조속한 추진, 또 한·중 인문교류 촉진위원회 및 청년 교류를 재개하고, 양국 인적 왕래에 편리를 한층 더 제공한다는데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사는 이날 리 총리가 탄 전세기가 낮 12시쯤 서울공항에 도착했으며 우정룽(吳政隆) 국무위원 겸 국무원 비서장이 동행했다고 보도했다. 리 총리의 방한은 지난해 3월 총리 취임 후 5번째 해외 순방이다. 전용기를 이용했던 리커창(李克强) 전임 총리와 달리 모두 전세기에 탑승해 시진핑 3기 들어 달라진 총리의 위상을 반영했다. 이번 방한을 포함, 리 총리의 해외 순방에 왕이(王毅)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은 수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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