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엔 벌써 유학 문의 쇄도"…의대 지역인재전형 따져보니

27년 만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24일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인근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전국 39개 의과대학(차의과대 제외)의 대입 모집요강 발표를 앞두고 입시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지역인재전형 선발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지역별 의료 격차를 줄이고 지방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증원 이후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까지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의대 지역인재 2000명 육박… 전남대 80% 선발

27년 만의 의대 입학정원 증원이 확정된 24일 서울 시내 한 학원 건물에 의대 입시 홍보물이 붙어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이날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사항을 심의·확정했다. 연합뉴스

지역인재전형은 의대가 위치한 권역 소재 고교를 3년 간 다닌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이를 시행하는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2025학년도 지역인재 정원은 전체 모집정원 3111명의 절반 이상인 1966명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발표된 2026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상 지역인재 선발 비율(63.2%)을 적용한 것이다. 이는 2024학년도 1071명의 두 배 수준이다. 2026학년도에는 2238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주원 기자

31일 발표될 대학별 모집요강에도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확대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대는 지난해 발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계획에선 110명 중 58명(53%)으로 잡았던 지역인재 정원을 95명(61%)으로 확대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7~80%까지 늘리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합격자의 질적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어 일단 정부 권고인 60%까지 맞추고 추후 확대를 검토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강원대도 전체 49명 중 15명(31%)만 뽑던 지역인재 정원을 91명 중 55명(60%)으로 늘렸다. 강원대 관계자는 “이 중 일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가 없는 전형으로도 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는 전체 모집정원 163명 가운데 113명(69.3%)을 지역인재로 뽑는다. 전남대는 지역인재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려 163명 중 13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사립대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이밖에 건국대는 18명에서 66명(45%→66%), 동국대는 23명에서 74명(47%→62%), 순천향대는 41명에서 96명(44%→64%) 등 대다수 대학이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0%대로 확대했다.

“이미 강원도 유학 문의”… 의대 입시 판도 바뀌나

지역인재 인원이 늘면서 향후 입시 판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수험생들은 당장 올해부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지역인재전형 경쟁률은 입학 성적이 일반전형보다 상대적으로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의대 지역인재 전형의 정시 경쟁률은 4.9대 1 수준이었지만, 전국 선발 전형은 9.1대 1로 2배 가까이 높았다. 강원, 충청권의 경우 지역 고3 학생 수 대비 의대 정원 비율이 각각 2.9%, 1.3% 수준으로 1% 미만인 타 지역에 비해 높은 편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략적으로 의대 입시를 노린 ‘지방 유학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8학년도 대입부턴 지역 중·고교 6년을 다녀야 지역인재 전형에 지원이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초등생부터 비수도권 지역으로 내려가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방에 거주할수록 지역인재 전형을 통한 의대 합격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며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강원이나 충청으로 이사하는 것이 좋은지 문의하는 학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영득 대치명인 고입컨설팅 총괄소장은 “강원도는 학원가가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GTX 개통 등으로 교통 여건 좋아지면 충분히 전학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이가람·김민주·백경서·박진호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