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반드시’ 앉을까, ‘반듯이’ 앉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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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매일같이 비스듬히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허리가 아프다고 말하는 이가 주위에 있다면 어떤 조언을 건네야 할까. “자세를 반드시 하고 똑바로 앉아야 한다”고 해야 할까, “자세를 반듯이 하고 똑바로 앉아야 한다”고 해야 할까.

‘반드시’와 ‘반듯이’는 발음이 모두 [반드시]로 나기 때문에 헷갈려 쓰기 쉽다. 또 ‘반드시’가 ‘반듯이’를 소리 나는 대로 쓴 잘못된 표현이라 생각할 법도 하다. 그러나 ‘반드시’와 ‘반듯이’는 각각의 독립된 의미를 지닌 단어이므로, 문맥에 따라 알맞은 낱말을 골라 써야 한다.

‘반드시’는 “비가 오는 날이면 반드시 허리가 쑤신다” “이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등에서와 같이 ‘틀림없이 꼭’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다.

‘반듯이’는 “고개를 반듯이 들어라” “허리를 반듯이 하고 앉아라” 등에서처럼 ‘비뚤지 않고 바르게’의 의미로 쓰이는 낱말이다.

‘반듯이’는 ‘반듯하다’의 어간 ‘반듯-’에 ‘-이’가 붙은 형태이므로, ‘반듯하다’에서 온 단어라는 걸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듯하게’로 바꾸어 보아 말이 통하면 ‘반듯이’를 쓴다고 기억하면 된다.

따라서 위 예문은 허리를 ‘반듯하게’ 세워서 앉으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반듯이’를 써서 “자세를 반듯이 하고 똑바로 앉아야 한다”고 해야 바른 표현이 된다.

정리하자면 ‘틀림없이 꼭’ ‘기필코’ ‘필위’로 바꿔 쓸 수 있다면 ‘반드시’, ‘반듯하게’로 바꿔 쓸 수 있다면 ‘반듯이’라고 표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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