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머지않다’와 ‘멀지 않다’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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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인공지능(AI)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언론에서는 AI와 관련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모든 인간의 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I가 멀지 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등과 같은 기사를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머지않다’와 ‘멀지 않다’가 혼재돼 쓰이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각각의 단어는 띄어 써야 한다는 띄어쓰기 원칙에 따라 ‘멀지 않다’가 바른 표현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를 의미할 때는 ‘머지않다’로 써야 바르다.

‘머지않다’는 주로 ‘머지않은’ ‘머지않아’ 등과 같이 활용돼 쓰인다. 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돼 있는 합성어이므로, ‘머지 않다’와 같이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써야 한다. 그렇다면 ‘멀지 않다’는 틀린 표현으로, 무조건 ‘머지않다’로 고쳐 써야 하는 걸까.

‘멀지 않다’를 무조건 ‘머지않다’로 고쳐 써서는 안 된다. ‘멀다’와 ‘않다’를 각각의 독립된 단어로 보고 띄어 쓰면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지 않다’는 뜻이 된다. “집과 회사까지의 거리가 멀지 않아 걸어 다닐 만하다” 등과 같이 쓸 수 있다.

정리하자면, 시간적으로 가깝지 않다는 의미를 나타낼 땐 ‘머지않다’,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을 나타낼 땐 ‘멀지 않다’라고 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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