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탈옥계기 드러난 교도소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주먹·돈 있으면 교도소서도 “활개”/“감옥서 담배장사 돈 많이 벌었다”/주범 박 작업반장 맡은것도 의문
전주교도소 살인 무기수 등 집단 탈옥사건은 이들의 탈옥 31여시간만에 끝났지만 이번사건을 계기로 교도행정과 범죄와의 전쟁선포속에 경찰의 검문검색이 얼마나 허점투성이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사람도 아닌 세사람이 한꺼번에 감방 쇠창살을 쇠톱으로 잘라내고 집단탈옥한 사건은 수사를 맡고 있는 검·경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까지도 내부 또는 외부의 협조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쇠톱과 망치·못을 어떻게 구입했는가에 대해선 수사를 계속해 봐야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번 사건의 주범 박봉선(30)이 교도소내 작업반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쉽게 구입할 수 있었을 것으로 수사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그럼 살인범 무기수가 어떻게 작업반장을 맡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이들은 대전으로 가는 택시안에서 『교도소내에서 담배장사를 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교도소내에서 중간책·소매책·배달책까지 두고 담배판매를 하고 있으며 담배한개비에 1만원에서 1만5천원까지 거래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탈옥범 박이 작업반장은 물론 교도소내 위세가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박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교도관을 매수했을 뿐만 아니라 탈옥자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난 7일 오전 10시30분쯤 박의 친구 윤세용씨(30)가 교도소앞 슈퍼마킷 황방상회(주인 송모씨·여·40)에 청색운동복 두벌과 양복지 두감을 맡기자 3일뒤 3대 가량의 교도관 1명이 찾아갔다는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 이번 사건에 교도관이 깊숙히 관련돼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밖에 교도소내에서 소문난 동성연애자인 박이 다른 감방에는 7∼10명씩 수용하고 있으면서도 3명만 수용된 방에 있었다는 사실 또한 교도소내 비리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이때문에 교도소는 주먹과 돈이 있으면 바깥세상보다 편하다는 말을 듣게되기도 하는 곳이다.
전주지검 수사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교도소내 비리를 뿌리뽑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자체 조사반을 편성,교도소 비리를 파헤치고 있는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보안과장을 비롯,7∼8명이 구속 또는 파면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주교도소 살인무기수 등 집단 탈옥자들은 탈옥 당일 전주시내에서 택시를 이용,호남고속도로 전주 인터체인지를 거쳐 삼례 철물점에서 부엌칼을 구입했다.
이들은 삼례에서 택시를 이용,이리에 도착해 역앞 여관에서 27일 오후 5시까지 잠잔 다음 부근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등 여유를 부렸으나 검문검색은 물론 의심하는 사람조차 없어 경찰의 방범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몇차례의 차량탈취등을 벌였으나 제대로 검문 한번 받지않은 채 활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탈옥은 제2범행 없이 막을 내렸지만 이를 계기로 느슨해진 교도행정,허술한 방범망이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전주=현석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