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정원은 4월과는 판이하다. 5월을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정작 정원에서는 꽃의 색이 좀 빠지는 시기다. 튤립·수선화가 진 자리에 여름꽃인 댈피니움·수레국화·라벤더·뱀무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이르다. 늦여름에야 꽃을 피우는 국화와 아스타는 잎만 무성해질 뿐이고, 고사리·호스타 등 큰 잎을 지닌 식물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때라, 정원은 초록으로 점점 가득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 5월을 여름꽃이 피기 전의 ‘일시적인 소강상태’라 표현도 한다.
그런데 정원에 있는 나에게 자꾸만 우리 집 고양이가 몸을 치대며 이상한 행동을 한다. 왜 이러나 싶어 보니, 집 속에 새끼 두 마리가 보인다. 혼자 끙끙거리며 낳고 난 후, 내게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서둘러 우유와 간식을 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니 기분 좋을 때 내는 ‘그르렁’ 소리를 낸다. 사실 고양이를 일부러 키운 건 아니었다. 2년 전 남편 목공방에서 우연히 발견된 새끼 고양이가 안쓰러워 밥을 주다 보니, 어느덧 우리 집 고양이가 된 녀석이다. 일찍 어미가 버려서 거의 남편이 키우다시피 했는데, 이제 새끼를 품에 안고 어미 노릇을 하는 게 참 기특하다.
정원엔 고양이 소식 말고 백봉 오골계, 우리 집의 닭 소식도 있다. 2년 전 양양 시장에서 사 온 병아리들이 커서 암탉 수탉이 되더니 자식까지 두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암탉 두 마리가 ‘포란’을 시작했다. 포란은 암컷이 알을 품는 행위로 이때만큼은 겁을 줘도 알을 뺏기가 어렵다. 포란 중인 암탉을 그대로 두고 있으니 여기에서도 식구가 곧 늘어날 것이다.
정원에선 무엇인가 등장을 하고, 절정을 맞고, 사라지는 일이 연속된다. 하지만 그 사라짐이 아무것도 없음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2024년 5월의 정원에도 지난 봄에 왔다 이제 사라진, 그러나 또 남겨진 많은 생명체가 보인다. 이 작은 우주에서 다가오는 여름도 잘 맞아보자고 기원해본다.
오경아 정원디자이너·오가든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