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어버스 "한국에 R&D센터 설립…우주 개발도 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5면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인근 에어버스코리아 사무실에서 프란시스코 산체스 세구라 에어버스D&S COO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전민규 기자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 인근 에어버스코리아 사무실에서 프란시스코 산체스 세구라 에어버스D&S COO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전민규 기자

“한국은 혁신적인 기술과 시장, 고급 인재가 있는 곳입니다. 한국 에어버스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은 항공·우주 분야 협력의 대표적인 윈-윈(win-win) 모델이 될 겁니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서소문 인근 에어버스 코리아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프란시스코 산체스 세구라 에어버스 디펜스앤스페이스(D&S)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렇게 말했다. 에어버스는 1970년 창립된 유럽의 다국적 항공기업으로 민항기 중심의 에어버스와 방산부문의 에어버스 D&S, 헬리콥터 제조사 에어버스 헬리콥터스로 구성돼있다. 세구라 COO는 에어버스 D&S를 총괄하고 있다. 세구라 COO는 이날 인터뷰 직전 한국 정부와 R&D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세구라 COO는 MOU 체결에 대해 “2022년 에어버스 D&S 최고경영자(CEO) 방한 때 한국 정부가 R&D 센터 설립을 요청해 논의가 시작됐다”며 “실무자급 논의를 지속하다 MOU 체결이라는 중요한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R&D 센터가 ‘돈 먹는 하마’가 되지 않도록 “자립 가능성을 갖추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내 연구소와 방산 기업들과 협력해 부가가치를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세구라 COO는 “헬기·항공기부터 위성·우주 개발까지 여러 논의가 진행됐고 기술 협력에 대한 메뉴가 굉장히 다양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프란시스코 산체스 세구라 에어버스D&S COO가 중앙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에어버스 R&D 센터 국내 설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프란시스코 산체스 세구라 에어버스D&S COO가 중앙일보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에어버스 R&D 센터 국내 설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에어버스는 민항기에서 보잉에 판정승을 거둔 뒤 방위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보잉은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로 글로벌 시장에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올해 1분기 에어버스는 항공기 142대를 인도했지만 보잉은 83대에 그쳤다. 후발 주자인 에어버스가 108년 역사 보잉을 제친 것이다.

에어버스는 방위산업에서도 보잉을 맹추격 중이다. 군사전문 매체 디펜스 뉴스에 따르면 2022년 매출 기준 세계 방위산업체 순위에서 보잉은 5위(308억 달러, 약 42조1590억원), 에어버스는 12위(120억 달러, 약 16조4208억원)를 차지했다. 세구라 COO는 보잉의 부진에 대해 “중요한 것은 고객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늘어난 항공기 수요와 국가별 군용기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에어버스에게 한국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주목받는 무기 수출국이자 정부 지출에서 10% 이상을 군사비로 지출하는 ‘큰 손’이다. 에어버스의 비유럽권 첫 고객인 한국은 2019년 공군에 에어버스 A330 다목적 공중급유기를 4대 도입했다. 현재 공군은 경수송기 CN235를 20대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세구라 COO는 “올해는 1974년 한국과 에어버스가 협력을 시작한 이후로 협력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라며 “헬기‧항공기‧위성 등 에어버스의 모든 포트폴리오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한국 공군에 A3R이라는 자동 급유 체계를 소개하고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면서 “우주 분야에서는 위성을 제조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우리가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정세에 대해서는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하며 방위 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구라 COO는 “지난 3년간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다가왔고 유럽과 전 세계에서 안보 우려가 커졌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대응은 자국 방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박하게 변화하는 세계 흐름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미션”이라고 말했다. 다만 항공기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취재진에 질문에는 “답변이 준비돼있지 않다”며 답을 피했다.

에어버스는 기술 국산화 부문에서도 협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세구라 COO는 “항공‧우주 분야 핵심 기술에 대한 한국의 국산화 열망 잘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미 개발했던 기술 중에는 한국 업체들에 도움되는 것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개발‧기술이전 등을 통해 국내 기업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프로젝트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