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한·중, 얽힌 실타래 풀자”…왕이 “간섭 배제하고 협력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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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중국 베이징 다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우리는 대외관계를 제로섬 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그렇게 관리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의 회담 모두 발언에서 이같이 밝힌 뒤 “이번 방문이 양국 간 엉켜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한·중 관계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관계 강화가 한·중 관계 약화 또는 갈등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조 장관은 이어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 따른 양국 관계 제약 요인을 최소화하고 갈등보다는 협력에 초점을 맞춰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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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장은 모두 발언에서 올해가 양국 수교 32년째라는 점을 언급한 뒤 “30여년 동안 양국은 공동 발전을 성취했고, 지역의 평화·번영 촉진에 힘을 보탰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기간 중·한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은 명확히 증가했는데 이는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이 보고 싶어하지도 않는 것”이라며 “나는 한국이 중국과 함께 상호 협력의 목표를 견지하고 간섭을 배제한 채 마주 보고 가며, 힘을 합쳐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두 장관은 회담에 이어 만찬을 함께 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장관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개최를 추진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일정과 의제 등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이나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 등 정상 간 교류 문제도 논의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외교장관의 베이징 방문은 2017년 11월 당시 강경화 장관 이후 6년 반 만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8월 박진 전 장관은 중국 칭다오에서 왕 부장과 회담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회담이 열렸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각기 입장 확인에 그쳤다. 당시 왕 부장의 일정 때문에 만찬과 3국 공동 기자회견은 무산됐다.

조 장관은 이날 출국에 앞서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중요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기하고 중국 측의 의견도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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