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부활 엿새만 검찰 인사…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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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대구·광주 고등검찰청 검사장(고검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 간부 최소 7명이 13일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김주현(사법연수원 18기) 대통령실 민정수석 임명(7일) 엿새 만에 이창수(53·사법연수원 30기)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보임하는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13일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송경호 지검장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창수 전주지검장. 김준희 기자

13일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송경호 지검장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이창수 전주지검장. 김준희 기자

‘尹대변인’ 이창수 중앙지검장…이원석 참모도 대거 교체했다

검찰 고위직 인사는 ‘기획통’ 김주현 민정수석 임명 직후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지난 2월 취임한 박성재(17기) 법무부 장관은 “인사에 신경 쓸 때가 아니다”라며 검찰 정기인사를 단행하지 않았다. 대신 일선 검사장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지며 검찰 내부에선 “차기 후보군 면접을 보러 다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법조계의 최대 관심사는 김건희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할 신임 중앙지검장 자리였다. 결국 송경호 현 중앙지검장의 뒤를 이어 이창수 전주지검장이 중앙지검장에 임명됨에 따라 김 여사 소환 조사를 포함해 수사를 마무리할 책임을 맡게 했다.

앞서 송 지검장은 올해 초 김 여사 소환 여부를 두고 용산과 갈등을 빚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 23일 임기를 시작한 송 지검장은 통상 1년이던 역대 중앙지검장 재직 기간의 두 배 가량을 재임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외견상 좌천이 아닌 부산고검장으로 승진 이동하게 됐다.

임기가 4개월 남은 이원석 검찰총장의 직속 참모인 대검찰청 부장(검사장)들도 이번에 대거 교체됐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전무곤(52·연수원 31기) 성남지청장이 승진·임명됐다. 대검 공공수사부장에도 김태은(52·31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 공판송무부장엔 정희도(58·31기) 안산지청장, 과학수사부장엔 허정(51·31기) 고양지청장이 각각 승진·임명됐다.

이 총장 역시 김 여사 수사 건으로 대통령실과 껄끄러운 관계란 평이 많았다. 최근 이 총장은 송 지검장에게 김 여사 수사를 “신속·엄정하게 하라”고 지시한 바 있었다. 이에 법조계에선 “대검 참모를 ‘찐윤’ 인사로 에워싸는 형태의 인사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인사에선 양석조(51·연수원 29기) 반부패부장만 유임됐다.

최경규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최경규 부산고등검찰청 검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민정수석 부활 첫 인사…고검장 4명, 지검장 3명 사의

이날 인사에 앞서 고검장 4명, 지검장 3명이 줄사표를 냈다. 차기 검찰총장 하마평에도 오른 최경규(25기) 부산고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찰에서 근무한 것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앞으로도 검찰을 많이 응원하겠다”고 썼다. 그는 의정부지검장·창원지검장·청주지검장 및 서울북부지검 차장 등을 역임했다.

최초의 여성 고검장인 노정연(25기) 대구고검장도 “검사라는 직업이 그냥 좋아 보여, 멋져 보여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잠시 머물다 가려는 생각으로 어리바리 시작한 길이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28년하고도 몇 달이 흘렀다”는 소회를 남겼다. 노 고검장은 대검 공판송무부장, 전주지검장·서울서부지검장·부산고검장 등을 지냈다.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진 않았지만 이주형(25기) 서울고검장과 홍승욱(28기) 광주고검장도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 고검장은 대구지검 제2차장검사, 대검 과학수사부장, 수원고검장 등을 지냈고 홍 고검장은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서울동부지검 차장, 천안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홍 고검장은 통화에서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석리(28기) 울산지검장과 박종근(28기) 광주지검장도 13일 각각 이프로스에 사직의 글을 올렸다. 한 지검장과 박 지검장은 각각 “저와 일체가 돼버린 검찰을 떼어내는 아픔보다는 검찰이 국민의 성원을 한껏 받지 못한 데서 오는 상실감이 더 큰 것 같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소망을 품고 연단하는 검찰이 됐으면 한다”는 사직 소회를 남겼다. 이프로스에 글을 올리지 않은 배용원(27기) 청주지검장도 통화에서 “오늘 법무부에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대통령실에서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대통령실에서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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