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대장암 징조’ 염증성 장 질환, 점막 치유해야 효과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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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이창균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최근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이 위암을 제치고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 2위에 올랐다. 대장암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 질환 역시 10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 감소가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특히 염증성 장 질환은 대장암 발병률을 조금 더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조기 진단 및 치료에 관심이 필요하다.

염증성 장 질환의 주된 증상은 만성적인 설사, 복통, 혈변 등이다. 심하면 식욕 부진, 발열, 구토,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크론병은 이런 증상들에 더해 항문 주위 농양, 치루 등이 동반되는 사례도 흔하다. 설사·복통 등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증상으로 가볍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단기간에 호전되지 않고 4주 이상 만성적으로 지속할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염증성 장 질환은 아직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를 하면 증상을 조절하고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5-아미노 살리실산(5-ASA,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으로 치료를 시작한다. 이러한 약제들로도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심할 경우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지닌 생물학적 제제, 소분자제제 등 더 강력한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정맥 혹은 피하 주사로 투여할 수 있고 투여 간격이 길다는 장점이 있으며, 소분자제제는 주사제인 생물학적 제제와 달리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이 있다. 생물학적 제제나 소분자제제 모두 염증 완화뿐 아니라 점막 치유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어떤 약제를 어떤 환자에게 투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치료의 난제다. 임상 증상의 중증도, 질병 악화의 위험, 동반 증상 및 기저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표적치료제를 결정하고 있다. 점막 치유는 내시경 검사에서 장 점막의 염증이나 궤양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달성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질환이 근본적으로 치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점막 치유가 잘 될수록 재발이나 합병증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점이 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질환의 좋은 경과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자, 치료 목표이므로 관심을 갖고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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