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회견의 성패, 공감 능력과 진솔함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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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리·논리 앞세우기보단 공감의 자세 우선돼야

진정성 담긴 답변에 사과할 건 사과 주저 말기를

내일 오전 예정인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적잖다. 실제 윤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임명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있다면 제가 풀어야지 민정수석이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의혹 등에 대해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통령이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 위주로 준비하자’고 했다”는 대통령실 발표도 있었다. 많이 늦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대통령의 상세한 설명이 자칫 장황한 일방적 주장으로 흘러선 곤란하다. 지난달 1일 의료 파행 관련 담화 때가 그랬다. 비슷한 느낌을 준다면 이번 회견 역시 실패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신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한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견의 성패는 결국 윤 대통령의 공감 능력과 진솔함에 달렸다. 김 여사 특검에 대해 “수사 중이라 말하기 힘들다”거나 “법리적으로 맞지 않은 주장”이란 논리만 앞세우기보다는 보통 국민이 생각하는 불공정과 분노의 마음을 잘 헤아려 공감 가는 답변을 내놓는 게 핵심이다. 지난 2월 KBS와의 특별대담에서처럼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한테도 박절하게 대하긴 참 어렵다”는 식의 표현으로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 냉엄한 민심을 피부로 접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이 얼마나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민심을 생생히 전달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고 채수근 상병 특검 요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으니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보다는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귀한 외아들 해병의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게 해달라는 채 상병 부모의 절절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공감의 언어가 우선돼야 한다. 대한민국 장병은 우리 모두의 아들 아닌가. 나아가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경위야 어쨌든 집단항명수괴죄란 어마무시한 죄목을 적용한 과정과 이유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밝혔으면 한다.

진정한 공감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해 보는 데서 출발한다. 자기편, 자기 진영, 자기 가족의 목소리만을 앞세우면 그 누구에게도 공감을 얻을 수는 없다. 자신의 공감 능력을 국민에게 내보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대통령이 회견에 나서기 바란다. 남은 임기 3년은 9일의 회견에 달렸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임했으면 한다.

대통령의 태도도 변수가 될 터다. 생방송으로 중계될 회견에서 국민은 대통령의 표정, 말투, 제스처 하나하나에 촉각을 기울이게 된다. 혹시라도 기자나 국민을 바로잡겠다며 가르치려 드는 인상을 준다면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게 된다. 잘 듣고, 겸손히, 정성껏 답변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의 참뜻과 진정성을 다시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 또 용기 있게 사과할 건 사과하면 향후 정국 운영에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